나는 태어나면서 부터 꼬리를 꽤 여러개 달고 나왔던가 보다.
물론 이건 내의지와는 상관없이 달린거라서
좋다 싫다고 할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엔 몇갠지 잘 몰랐는데 살다보니 내 꼬리를 알게 되었다.
아홉개였다.
첫번째꼬리는 내남편 곰곰이를 사흘에 한번씩 재주넘게 만들기 위한 가정화목용,
두번째는 새끼 여우 교육용,
세번째는 시집에서 덜 부딪히면서 내자리를 확보하기위한 시집살이용,
네번째는 곰곰이의 처가에 얼굴 세워주기위한 시위용,
다섯번째는 곰곰이가 사회생활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모임할 때 쓰는 대외사교용,
여섯번째는 나의 사생활을 위한 것,
일곱번째는 이웃과 잘 지내기 위한 그야말로 잔머리 굴리기용,
여덟번째는 아이들 엄마와의 관계와 학교 선생님과의 머리싸움용,
아홉번째는 어떤 꼬리가 마모되었을 때를 대비한 비상용,
이렇게 아홉개나 되었다.
처음엔 이게 좀 많나 싶었는데
살다보니 이것도 모자라 더 필요해 졋는데
도통 꼬리는 더 자랄 생각은 않고 ,
사용은 멈출 수가 없으니
드디어 내 꼬리에 이상 증상이 생겨났다.
어느 날 보니 드디어 꼬리에 윤기가없어지더니
날이 갈수록 꼬리 털이 빠지더라는 거다.
그래도 난 여전히 열심히 꼬릴 흔들었는데
어느 순간 모두 다 내꼬리만
흔들면 비명을 지르는 거였다.
그제서야 자세히 살펴보니 여우털이 다빠져서
꼬리가 채찍으로 변해 있는 거였다.
꼬리가 아니라 채찍을 맞았으니 다 들 비명을 지를 수 밖에....
다른 꼬리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여우꼬리라고 할 만큼
체면유지 될 정도의털은 유지하고 있는데,
정말 심각한 증상은
곰곰이용,새끼여우용,시집살이용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영양공급은 중단한 채로 너무 과하게 사용한 것이었다.
난 나름대로 발모제를 개발하여 열심히 발라봣지만 도통
이게 다시 자랄 생각을 않으니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꼬릴 키울 수 있는 특효약은
역시 곰곰이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래서 심각하게 곰곰이와의 대화에 임했다.
"곰곰아, 내 꼬리를 돌리 도고"
이 말을 들은 곰곰이,
늘 동면하느라 반 쯤 감겨있던 눈이
갑자기 화등잔만해지더니
"이게 뭔말이야?"
"내가 곰탱아 니랑 사느라고 내꼬리 엉망됐으니 내꼬리 돌리돌라고?
꼬리 털 다 빠져서 꼬리 곰탕 하기 딱 알맞게 변했뿟다."
"그럼 채찍 소리 나더니 그게 그래서 그런거야?"
"그래, 자기가 영양제도 안 발라주고 내꼬리를 사용만 했으니
이게 어떻게 남아나겠냐?"
"어떻게 함 되는데?"
"곰곰이 웅담 좀 빌리도고. 지금까지 그 웅담은 내 꼬리 덕에
잘 간수하고 끝내주게 보관했으니 이제 내가 그 웅담 먹어야겠다."
.
.
.
그 날 이후로 울 곰곰이
열심히 웅담짜서
여우꼬리 발모 특효약을
개발한다고 애쓰는데
효과가 있을런지
여우가 눈에 불을 켜고 지키고 있답니다.
지금은 아홉번째 비상용 꼬리로 대충 커버하면서
채찍으로 변한 꼬리를
잘 보호하고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