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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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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보내고...


BY allgolkr 2005-02-13

해마다 보내는 명절이었는데도 올해는 유난히 쓸쓸했다.

어른들이 연세를 들어간다는 사실을 제외하고서도

우리가 늙어가는 사실을 인지해야 했다.

 

결혼초부터 몰랐던 사실이 아니었음에도

 

외아들인 그이의 집에서 음식을 장만하고

차례를 모시고, 큰 시누이 신랑(고모부)께서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는 큰 사실을 제외하고 별반 다를 게 없는 시간이었다.

 

다행이라면, 결혼을 해서 아직까지 큰 일을 한 번도 당하지 않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언젠가 다가올 일이긴 하지만서두...

 

결혼전 많은 일들을 겪은 나로선 어쩜

이제야 나이도 들 만큼 들었으니, 무어가 새삼스러울 것이 있을까 하면서도

한편으로 많은 걱정을  지고 살아가는 것이 사실이다.

 

남들도 다 치르는 설날의 명절을 보내고 ,

섭섭해 하시는 어른들 때문에 하루를 더 보내고 ,

고맙게도 울신랑이 친정엘 성묘를 같이 가자고 하였다...

 

실제로 엄청 고마워했다..

 

그이가 장가를 들때도 없는 처가 식구들이었으니, 챙겨준다는데야

어찌 고맙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전날 내린 눈으로 길은 얼었어도 친정으로 달리는 거리는

한달음이었다...

그이는 이마음을 알까?

아무리 내가 엄마아빠에게 부르짖던 외치는 소리는 모를 테이지만,

 


"아버지, 어머니, 아들이 올해 중학교에 들어갑니다.공부잘하게

돌봐주세요."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도 그이는 모를 것이리라...

내속으로 낳은 내 자식인들 알까?

 

친정이란 곳은 이렇게 아련한 곳인줄을...

 

돌아오는 길에 어릴 적 부터 돌봐주시던 친척어른들께

들러 세배를 올렸다...

 

무척 반가워하시며 반겨주시었다..

 

지나간 옛추억들...

결코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들...

 

돌아오는 길에 작은 비닐에 넣어 주신 먼 친척분의 손 맛이 묻어난 깻잎양념이며

콩잎양념한 것들...

 

집에 와서 먹어보니, 어릴 적 그 맛이 나서

한 젓갈을 들고나서

돌아서서 눈물을 흘렀습니다.

 

 

내가 자랐던 그 동네는 그대로였는데,

내가 자랐던 그 집은 잡초만 무성한 집터가 되어있었습니다...

 

울신랑을 뒤로하고

나는 또 한 웅큼의 눈물을 쏟아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