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후 시댁에 갔다. 시어른 칠남매 우리영감 팔남매, 시댁엔 큰일에 종방간에만
모여도 마당에 거득하다. 요즈음은 육촌까지는 내왕이 거의 없다. 그당시도 조카들
까지 모이니 며칠간 잔치다. 겨울방학이라 조카들은 며칠 후 가고 나도 일주일 휴가를
끝내고 직장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그런데 윗동서가 나의 귀에 대고
"자네 신랑공부 시키려고 하지말고 지금 이대로 있게 자네 직장이나 놓치지 말고
혼자만 알고있어" 무슨 뚱단지냐 공부는 무슨 공부며 나 혼자 알거는 또 무어냐
궁금하지만 새색시가 다잡아 물을수도 없었다. 사촌이상은 가고 마지막날 신랑댁
칠남매내외에 신랑, 시모님 한방에 모두 앉았는데 새색시를 오란다. 그중에
시숙한분이 진담반 농담반으로 "제수씨 우리집으로 시집오면 무조건 신랑한테
복종하고 살아야 한다는걸 맹세해야되니 제수씨도 지금 맹세하란다.' 사촌도 없이
단촐하게 살다가 나는 지례 겁에 질려 얼굴에 땀이 쏟아졌다. 그리고 모기소리
만큼 "예" 하고 대답했다. 그맹세가 30년도 넘게 갈 줄은... 그런 후 하룻밤을 더
잔 후 싸움이 일어났다. 고함소리가 들리고 시어머님이 역정을 내시고 나는 무서웠다.
신랑이 와서 나를 달랜다. 얼마 있어면 알거다 놀라지 마라 . 대충 들리는 한마디가
전답을 팔았다니 돈을 썼다니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숙이 어쩌다가 몇년새 많은
재산을 탕진했으니 결혼하는 동생에겐 한푼도 못물려주게 되어 일어나는 싸움이였다.
결혼도 형제들이 조금씩 내어 시킨 모양이다. 그당시는 다 넉넉잖아 다 그렇게 사는데
별로 신경을 쓰고싶지 않았다.
혼자 앉았는데 시어머님이 아주 낮은 음성으로 "야야 부끄럽다만 소문에 남은 일년을
너가 시켜주기로 했다면서 그때야 나는 그 좋은 학교 일년 마저하지 한 소리를
고종시누가 시댁에 한것을 감을 잡았다.
그로부터 운명적인 나의 고난은 시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