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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31

이름값 할려는 듯..


BY 밤톨냥v 2005-02-04

간만에 날씨가 포근하니 '입춘'이란 말이 어색지 않은 하루다.

감기가 조금 더 심해져서 아침에 왕주사 방뎅이에 두대나 맞고

'어떤놈을 먼저 잡아 드릴까요?" 하는 의사샘님 말씀에

"두넘다 빨리 잡아가세요.." 여유있게 맞장구 치고..

코에 목에 맵고 쓰고 알싸한 치료 다른 날보다 갑절로 쎈넘으로다

도포 하고

 

마음은 집에 가서 밥묵고 약묵고 달게 한잠 청해야지 했는데

어떻게 생겨먹은 인종이

아침에 빨딱 일어나면 캄캄한 밤 되기전엔 눕는걸 싫어하니..

몸 아파 억지로라도 잠 청해 볼라치면

등에 등창이라도 난듯 이리 쑤시고 저리 결리고

아마도 그래서 감기란 넘이 쉽게 내 몸을 떠나지 않는 듯..

 

쇼파에 쪼그려 풀어진 눈으로 앉아있다

이러다는 죽도 밥도 안되겠다 싶어

공부 하는 아이 꼬드겨 마트 가자 성화 부렸드만

'에그..딱한 울엄니..' 하는 시선으로 군말없이 따라 나선다.

 

처음엔 바람이 좀 차겁게 느껴지는것 같았는데

걷다보니 기분이 한결 가볍고

등줄기에 살짝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도 상쾌햇다.

개천가로 들어서니 바람은 한점 없고 포근한 기운만 느껴지는게

딱 춘삼월 날씨다.

 

옆에서 재잘재잘 조잘조잘

한시도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아이에게

건성으로 맞장구 쳐주며 조금씩 조금씩 제 정신을 찾아갔고

설이 코앞에 와있음을 실감케 해주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 서둘러 좋은 물건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알 번뜩이며 맹렬히 앞으로 돌격...

 

나들이 기분으로 걸어왔기에 욕심껏 사진 못했지만

그래도 질좋아 보이는 고기며 전거리 무게 별로 안나가는 걸루다

몇가지 챙기고 아이 먹거리 몇개 챙기고

 

갈땐 아이의 수다에 정신 챙겼는데

오는길엔 몸짓 손짓 해가며 떠들어대는 내 수다에

아이가 난색을 표명하며 제지 시키느라

들어왔던 정신이 다시 나가는 듯

 

그나마 시어머니 계실때는 명절이라 집에 들어서면

고소한 기름내라도 맡을수 있었는데

그분 떠나시니 내가 가서야 기름내 풍길수 있었고

말끄레한 얼굴로 "나 지금 성당 가니까 알아서 할거 해."

하며 몸단장 하는 막내형님

못마땅한 기색 역력하신 모습으로 그런 딸의 뒷모습 흘겨보시는 아버님..

이제는 '알아서 내가 할수있는 부분만 하고 오면 되지' 하고

마음 비운지 오래라..

그러려니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 씁쓰레 하기는 어쩔수 없네..

 

쥬스 한병 달랑 사들고 매끄러운 얼굴로

아들 딸 앞세워 오후 느지막히 들어서선

'형님 저 그냥 왔어요..뭐 할거 없어요?" 하며 빤히 쳐다보는

동서의 맹랑함도

'니 맘대로 하세요..' 하는 마음으로 무시하긴 하면서도

가슴 답답해옴은 어쩔수 없네..

 

지금부터 마음을 다스려야지.

내 신랑 마음 헤아려 좋은게 좋은거니

하루만 ..아니지..단 몇시간만 희생하면 겉으론 만사오케이니..

 

이러다 아버님 돌아가시면 ...

아효,,

울신랑 외로워 지겠네..

아니지..

그 부분은 나중에 생각해야지..

나중에...

 

아직은 내 할일만 그저 무리하지 않고 말없이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