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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95

마누라는 아프다는데


BY 아리 2005-02-04

어젯밤 혼자서 몸살로 낑낑 매는데
집에 오는 길에
자꾸만 쌍화탕을 사오겠다고 우깁니다 ..


약은 벌써 먹었으니
그냥 오라고 하는데
그래도 뭐 필요한 거 없냐고 자꾸 전화를 걸어댑니다

결국 집에 들어선 남편
손에는 낙원상가에서 산 떡보자기가 있는데
그 떡은 요것 조것 --송편 약식 콩찰떡 궁중떡 경단 --
맛있는 것만 들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종로3가에서 외국 과자 덴마크산 쿠키 아랍에밀레이트 쪼코렡 등등을
잔뜩 사서 가지고 왔습니다
술에 안 취했을때는 애들하고 '시질러'만 가도

남의 나라 식당에 애들 데리고 갔다고 
펄펄 뛰고
용산에 있는 미8군에 초대를 받아  프랑스 식당에 간적이 있는데

그 옆에서 피자 사가지고 하니까
"양놈 나라 물건을 뭐하러 사가니?"
하고 핀잔을 하던 사람이

심지어 내가 어쩌다 외제 물건 하나라도 사면

그 상표를 거실 액자에 붙여놓고

인민재판을 하던 사람이 외제 과자를 사오다니 ^^;;

정말 술의 힘은 위대하고 위대합니다

몸살로 낑낑 매는 아내에게 제발?먹으라고 강요합니다

저랑 친한 친구인 22층 아줌마와
우리 신랑 보고 영(young)해 보인다고 칭찬했던? 15층 할머니에게

나누어주라고 아주 신이 났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22층 제 친구에게는 문잘 보냈더니
얘가 좋다고 달라네요
더 웃기는 건 내 친구--야시시한 잠옷을 입고 있었음 --
이왕 왔으니 자기랑 놀자고 안방으로 모시는 거여여 ㅎㅎ
(참고로 이집은 아저씨가 토욜에만 오십니다)

우리 신랑 삐지니깐 얼른 간다고 하고 총총 내려왔습니다

집에 와서는 ..
뭐 도와줄 거 없냐고 묻길래
밑져야 본전이니
'설거지나 해주던지 싫음 말고 ..'
술김에 설거지를 시작하는데
어쩐지 무척 불안합니다
좌측 개수대에 물을 계속 틀어놓고
이야기를 시킵니다
"한국의 남자들이 왜 집에서 설거지까지 도와주는 지 그 이유를 알아?"
"아니 몰라 @@ 아파죽겠는데 자꾸 말시키네 ..@@"
"자기 가족이 먹은 거니까 ..가족을 사랑하니까 설거지를 하는 거야 .."
('누가 모르나..지저분한 거 못참으니까 바보')
암만해도 안되겠어서 일어나 개수대 옆으로 가니 물이 넘칠 지경으로 계속 나옵니다
잠그니까
다시 틀어놉니다 ㅎㅎㅎ

(으이구 이럴줄 알았어 시킨 내가 바보지 ..물도 많이 쓰고 세제도 많이 쓰기 때문에
설거지 안 시킨다던 우리 큰언니 말이 백번 맞아 ..)

결국은 술김에 뭘 떨어뜨려
잘 깨지지도 않는 코렐 국그릇이 깨져있습니다
(이게 얼만데?)
설거지를 시킨 걸 후회했지만 ...

 

오늘 낮에는 친절하게 문자까지 넣고
자기가 오늘 일찍 집에 오겠다면서--밥 먹고 9시나 10시에 오면 이쁜데도 불구하고--
밥 먹었냐 약먹었냐 묻더니 ..

 

결국 좀 전에 또 전화해서 자기 먹고 싶은 걸 읊어댑니다
제가 장에 가서 시금치와 달래 그리고 고사리 나물을 사왔다고 했는데도
굴과 족발이 먹고 싶다고 ..
더구나 국수가 먹고 싶으니 국물도 좀 끓여놓으라고 ^^;;

ㅎㅎㅎ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냥 계속 아프다고나 할껄 ...

우리 @이가 지금 제가 쓰는 글을 보며 낄낄댑니다
지가 보기에도 엄마가 불쌍해보이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