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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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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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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BY 풀꽃 2000-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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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서른 중반 쯤 되었을까요?
큰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라해서 최대한 줄여서 계산 해 본 나인데 사실은 훨씬 젊어보입니다. 숱이 많고 찰진 갈색머리는 커다란 핀에 단정하게 고정되어 있고 이마 양쪽으로 흘러내린 머리칼에 살짝 가려진 눈은 크고 깊습니다.
즐겨입는 슬리브리스나 구제 청바지보다 그녀를 더욱 젊게 보이게 하는 것은 가무잡잡한 얼굴에 번지는 화사한 웃음일 것입니다.
우리 아파트에 사는, 제가 잘 모르는 누군가를 친구로 둔 그녀는 눈부시게 하얀 소형 승용차를 타고 거의 매일 나들이를 옵니다. 가끔 친구와 친구의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을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슈퍼 앞 파라솔에 앉아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합니다.
평범한(?)저는 그녀의 잘 가꾸어진 외모, 그 겉모습에서 느껴지는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몹시 부러웠습니다.
때때로 '남편을 잘 만났나부지? 아님 친정이 부자이거나...매일 친구나 만나러 다니는 걸 보면 특별히 개인적인 능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아'라고 꼬집으며 질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그녀의 하얀 승용차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인상이 좋은 그녀와 한 두 번 눈인사를 한적이 있어서일까?
그녀의 삶을 상상하며 선망해서일까? 보이지 않는 그녀가 몹시 궁금 했습니다. 내가 잘 모르는 그녀의 친구에게 물어볼까 망설이고 있는데 슈퍼 앞에서 우연히 들었습니다.
"전처가 다시 미국으로 들어갔대."
"아이들이 집으로 왔겠네"
저는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 상상을 키웠을 뿐 사실을 전혀 몰랐지요. 제가 부러워했던 그녀의 젊음은 20대라는 나이에서 오는 자연스러움 이었다는 것, 처녀의 몸으로 이혼남과 결혼해서 전처소생의 두아이를 키우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일찍 결혼해서 쌍둥이 키우며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고있었다는 사실조차도 말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의 두 아이를 전처와 얼마간 만나게 해 주고 그 빈 자리가 허전해 매일 친구를 찾았던 모양입니다.
고뇌와 인내의 칼날로'행복'이라는 보석을 만들고 있는 그녀........ 제가 부러워했던 겉모습보다 내면이 훨씬 아름다워 보입니다.

이제 두 아이와 알콩 달콩 씨름하느라 한동안 친구를 찾지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