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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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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 알 내가 찌르다.


BY 모퉁이 2005-02-03

좀처럼 울리지 않는 휴대폰이 소리를 내었다.

고장은 아니었다.

 

작년 봄에 고갈비 점심 같이 먹은 후로

한 번 보자 보자 하던 것이 해를 넘긴 친구다.

거 좀 어지간하면 바쁜척 좀 고만하고 얼굴 구경 좀 하잔다.

 

세탁기도 거의 다 돌았고

 청소기만 밀면 될 것 같은데

가만...엊그제 한 파마가

무덤가에 삐비처럼 들쑥날쑥 솟아 난리춤을 추고 있다.

 

푸다닥 세수하고 머리도 감고

흠흠,,,이번 머리는 마음에 들게 나왔군.

적당히 구불한 웨이브에 탄력을 주는

왁스를 살짝 바르고

몇개 안되는 화장품을 있는대로 다 찍어 바르고

옅은 눈썹에 살짝 금도 긋고

언제적에 쓰다만 마스카라 두껑을 열었다.

 

펌프질 하듯이 왕복 운동을 몇 번 시키고는

떨리는 손으로 속눈썹에 힘을 주었다.

굳었는지 말랐는지 표시가 안난다.

스킨을 조금 부어서 다시 펌프질을 했다.

약간 걸죽한것이 솔에 묻어 나온다.

 

눈을 약간 게슴츠레 하게 뜨는 시늉을 하다보니

눈썹은 사납게 올라가고 입이 샐쪽하니 튀어 나온다.

속눈썹을 추켜 세우는 작업을 하는데

앗~눈 알을 찔렀다.

 

급하게 눈을 감았더니

눈썹에 이미 붙었던 마스카라 검정물이

아래 눈썹과 눈 아래까지 번져서 시커멓다.

 

눈알은 충혈되고 눈물은 쏙 빠지고

하이고~

화장 두 번 하다가는 눈 알 빠지겠네.

내 눈 알 내가 찔렀으니..

 화장은 아무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