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제대로 끈질기게 해본 기억이 없다.
이런 점은 아들녀석이 딱 나를 닮았다.
특히 운동만큼은 더해서 3~4개월을 넘긴 기억이 없다.
지난 8월에도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헬스클럽 회원이 되었다.
헬스도 하고 스쿼시도 하고 스포츠 댄스도 할 수 있는, 좋게 보자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고, 달리 생각하면 덜 전문적인 그런 곳이다.
두명이 세트로 움직일 때였던지라 같이 간 두명이서 스쿼시 초보 강습을 배워야 했으나
내 짝꿍 아줌마는 미리 초보 딱지를 뗀 사람이었다.
홀로이 초보 강습을 받으러 스쿼시 코트에 들어가니 새파란 꽃미남류의 코치가 서 있었다.
내심 횡재다 싶으면서도 땀이 삐질삐질 나는게 몹시 긴장이 되었다.
첫번째 포즈를 가르쳐주더니 따라하란다.
그렇게 했다.
그런데 영 표정이 좋지 않다.
두번째, 세번째... 결국엔 소리를 지른다.
"XXX님, 제 말을 그렇게 이해 못하시겠어요?"
'이해를 못하는게 아니라 아예 못 알아듣겠다, 어쩔래?' 싶었지만
"한번만 더 말씀해 주세요. 제가 원래 운동치거든요. 헤헤..."
어찌어찌 강습을 끝내고 나니 X 밟은 것 마냥 기분이 영 그랬다.
한 마디로 씁쓸하고도 비참하고 찝찝했다.
다음날,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헬스장에 가지 않으려했지만 키 167cm의 강력한
짝꿍 아줌마의 힘에 끌려 다시 나가게 되었다.
다시 그 총각 코치와 일대일 강습이다.
또 다시 참다참다 못참겠다는 표정이요, 소리다.
나 또한 울컥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참았다.
'저 총각도 스쿼시 코치랍시고 한 두 사람 가르친게 아닐텐데 유독 나한테만 이러는 것은
내 과오(?)가 크기 때문일거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열심히 해보기로 했으나 역시나 였다.
반복되는 꾸중이 현저한 학습능력 저하로 나타났다.
더 더욱 못했다.
일정이 그랬는지 아니면 너무 못하니까 일정을 앞당겼는지, 드디어 다른 초보들과
섞여서 공 치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나만 뒤로 빠지란다. 뒤에 남아서 혼자 연습하란다.
이런!!!!
헬스장에 가야되는 시간이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이 되어
팔딱거렸다.
안가겠다고 뒤로 자빠져서 버텼지만 짝꿍 아줌마는 막무가내였다.
내가 원래 그런 여자라는 걸 알고 있었고, 풀어주다보면 한없이 풀린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4개월하고도 8일을 다녔다.
지금은 쉬고(?) 있다.
짝꿍 아줌마가 먼 곳으로 이사간 이유도 있고, 날씨가 추워서라는 명백한 이유도 있다.
그러나 '의지박약 + 운동치'인 한 인간의 너절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걸 안다.
시간이 흘러 그 코치와 안면이 쌓였을 때 쯤, 난 그 꽃미남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네.
그랬더니 "칭찬만 하면 고래가 춤춘대요?"라고 되받았다. 웃기는 녀석이다.
한번은 강습을 받지 않겠다며 헬스기구 뒤에 숨었었다.
앙상한 헬스기구에 배꼽밖에 숨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숨은 '나'나,
'까꿍'하며 찾아내는 그 코치나 정말 웃기는 한쌍의 바퀴벌레임에 틀림없다.(80년대 개그다.)
꽃피는 춘삼월에 다시 그 헬스장에 나가려고 한다.
그때까지 예의 그 꽃미남 코치가 남아 있을지 궁금하다.
다시 가서 '까꿍'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먼저 나온다.
비실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