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일, 기뻤던일, 가슴 저미는 일들로 머릿속은 비좁기만 하더이다 돌아보고 싶었던 날도 많았고, 지우고 싶은 아픈 기억들로 가슴앓이 한 날도 적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살아 있으므로 해서 생기는 삶의 틀이라고 여겼습니다. 비록 아귀가 맞지 않아서 삐거덕 거릴땐 꿰어 마출수 있는 지혜를 배울려고도 했습니다. 이젠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지천명'의 그 가르침대로 살수만 있다면 하는 욕심 부려도 보았습니 다. 잊혀진 일들은 아름답게 되새길수 있게 넉넉한 맘으로 보듬고자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설익은 성숙기에 저지런 실수나 과오를 부끄럽게 여기는 맘 조금이나마 가질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함도 가져 보았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렇게 스러지더이다. 일년전 오늘도 다음해에 건 기대와 설레임으로 며칠 남지 않은 시간을 秒단위로 쪼개가면서 많이 아꼈습니다. 하현달 밑둥치 만큼이나 줄어들기만 하는 남은 시간들을 아끼고자 했고, 남겨놓고 조금씩 헐어 쓰고자 했지만 손끝에 달려 나오는 시간들은 자꾸만 불어 나더이다. K 님, 언젠가 신경숙님의 '부석사'를 말씀하셨습니다. 끝내는 부석사에 닿지 못하고 절벽위에 멈춰 버린 주인공들의 그 얘기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그 부석사를 찾아 갔습니다. 소설속의 절벽은 보이지 않았지만 자꾸만 가파르게 치닫는 맘속의 절벽을 보아야 했습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내가 숨쉬고 있는 이 무한한 공간이 숨막히는 진공속같이 좁고 답답했습니다. 사천문을 지나서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서 드문드문 계단 숫자를 헤아렸습니다. 건너뛰기도 하고 한꺼번에 두개씩 인심도 써가면서 어느듯 백을 헤아리게 되었을때 눈앞에 버티고 선 대웅전을 보았습니다. 추녀끝에 달린 목어와 눈이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고개가 꺾이며 두손이 모아지더이다. 물고기는 잠들지도 않고 눈감지 않는다지요 그래서 항상 깨어 있는 맘으로 수행하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대웅전 왼쪽문턱을 넘어설때면 항상 눈시울이 젖어오더이다. 부처님을 마주할수 없는 미세한 중생이기에 억겁의 무게로 짓눌려진 맘속은 어느듯 터지는 회한으로 자꾸만 떨리기만 하더이다. 주저앉고 싶을때면 '관세음보살' 입속에 가둔채 막연한 자비만을 기다렸습니다. 운명이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갈때도 넋놓고 방관 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敎理에 밝지않은 무지가 무척이나 부끄럽고 민망하기만 했습니다. 머리와 가슴에 새기지 않고 얕은 눈과 가벼운 입으로 뱉아낼수 밖에 없는 얄팍한 信心이 참으로 가증스럽더이다 보왕 삼매론(寶王三昧論)에 이르기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없신 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옛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삼배를 올리는 그 길지 않은 시간이 왜 그렇게 서러움으로 채워져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합장하고 돌아서 나올때는 마음속 먼지 탈탈 털어버리듯이 그렇게 깃털같은 맘으로 나올수 있었습니다. k님, 이제는 접어버려야 하는 일들이 하나 둘 늘어나더이다. 접어버리고 난 나머지 귀퉁이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라도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아있는 자투리는 얼마나 될까.........궁금 하더이다. 한해도 서산에 걸리었고 먹어온 나이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시금 토해 낼수 없는 세월을 편안하고 후회없이 보낼수 있었으면 합니다. 날씨가 많이 우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