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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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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이 살기 바라는 인생은...


BY 낸시 2005-01-26

운전을 하면서 가끔 인생도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먼 길을 갈 때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특별히 급한 경우가 아니면 소로를 이용하길 좋아한다.
길가의 풍경을 더 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달릴 필요가 없어 가끔씩 뒤도 살피고 옆도 살필 수 있어 좋다.
예쁜 꽃을 발견하면 길가에 차를 세우고 살펴보고 가기도 한다.
시장에 갈 때도 큰 길 보다는 골목 골목 돌아서 가길 좋아한다.
이집 저집 집구경도 하고 뜰에 서 있는 나무랑 꽃이랑 잔디도 살피면서 천천히 간다.

운전을 하다보면 다른 차를 추월하기 위해 요리조리 차선을 바꾸거나, 차간거리를 지키지 않고 바짝 따라 붙어 불안감을 조성하는 차들이 있다.
요리조리 요령을  피워 출세의 가도를 달리기 위해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을 연상시킨다.
차간거리가 중요하듯 사람들 사이에서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지나치게 가까이 지내다가 서로 상처를 입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우리차를 추월해 가는 차를 보면서 우리도 빨리 가자고 재촉할 때가 있었다.
운전을 잘 하는 것은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가 아니고 얼마나 안전하게 달리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었다.
인생도 얼마나 빨리 성공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떤 인품을 가지고 살았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이 아닐까?

 

남편의 직업 덕분에 소위 말하는 성공한 사람과 자리를 함께 할 때가 가끔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문득 지루함을 느끼곤 하였다.
그들의 삶에는 아픔이나 슬픔이 없었다.
그저 주어진 편안한 성공가도를  달려 부와 명예를 손에 쥔 사람이 많았다.
따라서 감동도 일지 않았다.
그들의 삶이 부럽기 보다 따분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 사람 중에는 남의 어려움을 이해할 줄 모르는 편협함을 보일 때가 많았다.
그들의 삶에는 폭과 깊이가 주는 풍성함이 없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 아이들이 부모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고,건강하고,  전문적인 직업인이 되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모르는 그런 삶을 살길 바라지 않는다고...
그것이 인생의 고속도로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인생보다는 어려움도 겪어보고, 좌절도 해 보고, 남의 아픔도 이해할 줄 아는, 폭과 깊이가 있는 인생을 살기 바란다고..., '
고난과 역경 속에서 꽃 피운 인간 승리를 보고 들을 때, 내 삶이 부끄러워지고 부러운 생각이 들 적이 많다.
두 가지 인생를 비교하면서 인생도 소로를 따라 걷는 것이 삶을 더 잘 즐기며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내 아이들이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은 삶을 잘 즐기며 살기를 바랐다.
그런 말을 해 놓고도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중간에 포기하게 되었을 때 마음이 아팠다.
어미 말이 씨가 된 것 같아 스스로의 입방정을 후회하기도 하였다.
좋은 대학에 장학금 받고 간 남의 아이를 부러워 하는 남편이 이해되기도 하였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믿고 기대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하였지..., 언젠가 지금의 방황이 밑거름이 되어 깊이와 폭이 있는 사람이 될거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부하는 딸과는 메센저를 이용해 대화를 한다.
같이 사는 것보다 속마음을 털어놓고 말할 기회가 더 많다.
명예와 부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가치관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도 한다.
딸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기대한 것 이상으로 생각이 깊다.
딸 스스로도 자기 또래들 하고 이야기를 하면 생각들이 어린 것에 놀란다고 한다.
아마도 자기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많이 방황하고  많이 겪어서 그런 모양이란다.
그런 딸과 이야기 하면서, 딸이 어떤 삶을 살건 이제 염려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어떤 삶이 주어지건 그것을 즐길 준비가 된 듯 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