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눈비가 내린다.
겨울눈 겨울비 섞여 내리는 하늘을 보며 식구들 모여 한지와 씨름을 한다.
여덟살 막내까지 한지함 만드는거에 재미가 붙었다.
컹컹 개짖는 소리에 엄마 누구까? 혹시 아빠? 내심 아빠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보인다.
"야! 너 바보 아니니 아빠가 오는데 개가 짖겠냐?"
"저 개가 추워서 이상해 졌다니까"
두 딸의 대화가 재미있다. 솔직히 말하면 아빠보다 아빠 손에 들린 봉지가 기다려 지는 것이리라.
일년 삼백육십오일을 특별한 일 없으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무엇인가를 들고 들어오는 아빠가 빈 손 일때가 오히려 이상하게 보인다.
때로는 못마땅 할 때가 있어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거라 참는다. 돈으로 치면 몇 천원인걸 봉지를 보는 내 눈은 고울때가 별로 없다. 봉지를 받아 들면서 머리로 대충 셈을 하며 이 돈으로 반찬을 사면 우리 밥상이 얼마나 걸까를 생각하는 내 궁색함이 언제나 남편을 짜증나게 한다.
짜증낼줄 뻔히 알면서 궁색함을 보이고 마는 나도 결코 현명한 여자는 아니지만 싫어하는지 알면서 나와 별반 다를바 없는 남편. 부창부수다.(?)
그런데 웃기는건 나도 이제 남편의 빈손이 서운하다는거. 싫다고 하지말라면서 애들처럼 뭔가가 들려져 있는 남편의 손이 반갑고 오늘은 뭘까 기대된다는거다.
오늘같은 날은 따뜻한 호떡이 남편 손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퍼내도 퍼내도 뭔가가 항상 나오는 남편손은 화수분이다. 궁색한 셈을 이제는 하지 않으려 한다.
즐거움으로 하는 남편의 취미생활 같은걸 난 그동안 왜그리도 갈구기만 했는지.
"막내야 아빠한테 전화해라. 오늘은 호떡이 먹고 싶다고"
"엄마 진짜? 인제 아빠가 뭐 사와도 인상 필거야?"
아! 나는 얼마나 멍청한 엄마고 답답한 여자였는가.
내 눈썹사이를 엄지손가락 두개로 양쪽으로 밀며 "엄마 인상 좀 펴! 엄마는 맨날 인상써냐" 하던 막내의 마음이 얼마나 언짢았을지 생각못한 나의 어리석음이라니.
그래 퍼내도 퍼내도 괜찮은 남편 손이 있는데 뭔걱정이야 오늘부터는 빈손이면 화낼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