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1월 27일.
유난히 눈이 많이 온 해였다.
신혼여행 가는 길. 산과들이 하얗게 눈이 쌓였었다.
그리고 춥기도 엄청추웠다.
1월 2일에 맞선을 보고, 세번 데이트하고,
1월 27일에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을 부곡온천,부산해운대로 갔었다.
다음주 목요일이 1월 27일이다.
결혼 24주년이 된다.
`세월이 유수(流水)같다'고 하더니
주마등(走馬燈)처럼 그동안의 일들이 뇌리를 스친다.
결혼 식장에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폐백 드릴때,흡족하셔서 덩실 덩실 춤을 추시던 시어머니.
신혼여행에서, 추운줄도 모르고 그저 좋기만 하던일.
결혼하고 잠시 친정에서 살던일.
첫아이 낳던날.
남편이 결혼하고 월급을 모두 시어머니를 드려서 서운했던일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달라서,어렵고 힘들어 적응을 하지 못해서
자꾸 아팠던일.원인도 모르고 병원만 무턱대고 찿던일.
그래서 친정어머니 가슴에 멍울이 지게 한일.
남편은 성실하고 착하기만 한데
나는 왜그렇게 사는게 힘들었는지....
주위 사람들과의 조화를 이루지 못해 마음 고생을
많이 하고 살았었다.
야무락지고 단단하지를 못해서 주위분들을
많이 힘들게 하고 살았었다.
아프다고 하면 달려오는 친정언니, 친정여동생들.
힘들다고 얘기하면, 돈이 없어서 그러냐고 하시면서
온라인으로 송금해 주시던 친정어머니.
친정식구들을 많이 힘들게 하고 불편하게 해 드렸다.
이제 살면서 다 갚을 수야 없겠지만, 정성을 다해 성의표시는
하고 살아야겠다.
24년이란 세월을 살면서,감사를 드려야 할 분이 너무나 많아
이루 헤아릴수가 없다.
내주위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제 우리나이로 딸은 25세 아들은 15세이다.
나는 52세이고 남편은 54세이다.
시어머니께서 `50이 넘고 60이 넘어도 시근이 터진다(철이 든다)'
하시더니,이제 정말 조금씩 세상문리가 터지는 것을 느낀다.
자식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제 앞가름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나의 인생에서 얻은 제일 큰 기쁨이다.
남편도 건강하고 자기 일에 성실하니
더 바랄것이 없다.
첫아이 낳고 10년후에 늦둥이 아들을 낳았다.
아들을 얻고 남편이 좋아 하던일.그저 싱글 벙글하던일.
시어머니께서는 늦둥이 손자가 너무 좋아서
사흘이 멀다하고 우리집을 방문하시던 일.
지금도 우리 동헌이 사진을 가져다 두고, 보곤하신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아들 낳으면서 임신성 당뇨가 왔었다.
결국 당뇨로 진행이 되어, 식이요법,산행,약물치료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고 있다.
세상물정 모르고 결혼해서, 남편과 알콩달콩 살다보니,
벌써 24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세월 만큼이나,애들도 자라고,우리 부부도
마음이 많이 자라 넉넉하고 푸근해져서 여유로움을 느낀다.
인생의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흔히들 중년이라고 하는 나이.
무엇보다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자기의 일에 성실하게
맡은바 최선을 다하는 삶이 되었으면 하고 발원해 본다.
먼저 양가 부모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남편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끊임없는 인내심으로 철없는 색시를 다독거리며,
훈훈하고 따뜻하게 감싸준 내 남편의 진한사랑을
느낀다.
이제 나를 이끌어 주시는 주위 모든분들에게 받기만 하던
사랑을, 이제 보은(報恩)하며, 베풀어 가며, 사랑하고 살겠습니다.
결혼 24주년 마음속 깊이 헤아리고 새기며,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