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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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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BY 낸시 2005-01-11

길을 가던 철수가 문득 옆이 허전해서  돌아보니 옆에 있는 줄 알았던 영희가 보이지 않았다.

영희는 저 만치 뒤에, 길가에 못 박힌 듯 서서 철수를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가던 길을 돌아 영희에게로 간 철수에게 영희가 말했다.

"왜, 더 가지 않고 되돌아 왔어?"

"......"

"아니 여자가 옆에 따라 가는 지 아닌 지도 모르고 혼자 걸어 갈 거면 뭐하러 연애를 하고 데이트를 하지?"

이런 문제로 영희가 화를 내는 것은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철수는 영희가 손을 잡기라도 하면 살짝 비틀어 그 손을 빼내곤 하였다.

길을 갈 때도 영희보다 한 걸음 앞서서 걷기를 좋아 하였다.

철수는 영희가 좋기는 하지만 둘의 다정한 모습이 다른 사람 눈에 띄는 것은 쑥스럽다고 하였다.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된 철수가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다.

설겆이를 끝낸 영희가 철수 옆에 앉았다.

철수는 불에 데기라도 한 듯 자리를 피해 다른 곳에 가서 앉았다.

행여라도 같이 사는 시할머니 눈에 영희랑 다정하게 앉아 티비 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어서다.

"할머니이!, 할머니이! 할머니는 우리가 다정하고, 사이좋은 것이 보기 좋으시지요오?"

영희가 시할머니를 불러 애교가 잔뜩 묻어나는 말로 묻는다.

"그러엄!, 다정한 것이 보기 좋고 말고..."

시할머니는 영희의 너스레에 그리 대답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평소 영희가 넉넉히 드리는 용돈의 액수도 시할머니의 대답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거 봐요! 할머니도 우리가 다정한 것이 보기 좋으시다잖아요."

"......"

"할머니, 저 사람은 할머니 보시는 데서 나란히 앉아 티비보면 안된다고 내가 옆에 앉기만 하면 피해서 다른 곳으로 간대요."

할머니는 영희의 뻔뻔스러움에 그저 웃을 수 밖에 없다.

영희는 철수의 내숭이 가소롭다.

'지가 그런다고 누가 지랑 내랑 한 이불 속에서 잠자고 아들 낳고 딸 낳고 사는 것을 모르나 말이다.'

 

영희는 내숭 떠는 철수를 길들이기로 마음 먹었다.

 

철수가 출근할 때 영희는 현관 문을 가로 막고 서서 입술을 내밀었다.

아이들이 보는데 남새스럽게 어찌 남녀가 입술을 마주대고 뽀뽀를 한단 말인가.

철수는 영희의 이마에 살짝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영희는 고개를 살살 저었다.

이번에 철수는 영희의 뺨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영희는 집게 손가락으로 자기 입술을 톡톡 두드린다.

철수가 늦는다고 화내는 시늉을 해보지만 영희는 요지부동이다.

결국 구경하던  아이들이 나섰다.

"아빠, 엄마가 해달라는 대로 해 주세요.

그까짓 것 어려운 것도 아닌데..."

이렇게 출근 때마다 철수와 영희는 실랑이를 반복했다.

결국 철수는 출근하고 퇴근할 때면 영희를 안고 키스를 하는 습관이 들었다.

 

영희는 집에서 둘이서만 하는 것은 재미가 없었다.

철수가 일하는 사무실로 전화를 해서 '사랑해!' 소리를 듣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자기가 사무실에서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웃겠느냐고 철수는 싫다고 하였다.

영희가 물었다.

"정말 다른 사람들이 웃을까?"

"그럼 안 웃냐?"

"그러면 더 해야 되겠네."

"......"

"다른 사람을 웃기는 것은 선행이야. 웃으면 젊어지고 오래 산다는데 다른 사람을 웃기는 일이 얼마나 좋은 일이야..."

"......"

"당신은 달리 좋은 일 하는 것도 없는데 잘 됐다. 앞으로 나랑 전화할 때 전화를 끊기 전에 반드시 세번씩 '여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이렇게 말하도록 하자고..."

철수는 영희를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전화를 끊지 않고 기다리는 영희를 위해서 철수는 기어드는 소리로 조그많게 '사랑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영희는 끈질기다.

"한 번!, 두 번! ..."

철수가 말하는 동안 영희는 숫자를 센다.

차츰 영희는 철수의 목소리가 너무 적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적은 것은 사랑하는 마음이 적은 때문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차츰 사무실 사람들 모두 철수가 영희에게 전화를 끊기 전에 '사랑해!'라고 세 번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영희가 철수에게 전화를 하면 기다렸다가 철수보다 먼저 '사랑해!'를 외치기도 하였따.

전화기 넘어로 사람들이 '와르르...' 웃는 소리를 들으며 영희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지가 그리 내숭만 떨지 않았다면 내가 이리 하지 않았을 텐데...'

 

철수는 이제 티비를 볼 때 영희가 옆에 앉아 자기 얼굴을 쓰다듬거나 껴안거나 그다지 피하지 않았다.

그들의 아이들은 자기 부모들의 그런 모습에 익숙해져서 그런 일에는 관심도 없다.

영희는 철수에게 다음 단계를 가르칠 때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철수는 수동적일 뿐 능동적이질 못했던 것이다.

"여보, 요즘에 호스트 바가 유행이래."

"......"

"나도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도 들더라. 어떻게 하는 지 궁금해.

당신은 여자 있는 술집도 많이 가 봤잖아. 나는 그런데 한번도 구경을 못해 봤는데..."

"어어, 점점 못하는 말이 없네..."

"못할 말이 뭐 있어?  궁금한 것이 당연한 거 아냐?"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다고?"

"에이, 얌전한 가정주부가 그런데 차마 가긴 그렇고 당신이 대신 해 주면 되잖아..."

"어떻게?"

"앞으로 당신 용돈은 당신이 벌어서 쓰라고..., 당신이 내게 키스를 해 주거나, 안아 주거나,....., 하면 내가 팁을 줄께.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좀 좋아?"

 

요즘 영희는 고자세다.

"여보, 나 돈 20불이 필요한데 한 번 안아 줄까?"

"아니, 나 지금 돈 없어!"

"에이 그러지 말고 한 번 안아 줄께..."

"나, 정말 돈 없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