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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형님, 혀---엉님!


BY 예운 2005-01-05

해가 바뀐지가 어느새 5일.

몇번 새해인사 전화 하려다 말았다.

한집 식구가 된지 십년이 가깝도록 아직 제대로된 호칭한번 부르지 않는 싸가지(?)없는 나를 아직까지 여전히 좋아해주는 손윗동서.

때로는 많이 보고싶다. 친정같이 편한 동서가 있다는것만으로 시집의 온갖 마땅찮음이 사라지기도 한다.

형님이라는 말대신 언니라 부르는게 어색해 저기요, 있잖아요, 긍께, 뭣하요?로 시작되는 대화가 항상 미안하면서도 왜 선뜻 형님이란 말이 안나오는지.....

신나고 즐거운 소식만 전하고 싶은 사람,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즐거웠으면 싶은 사람.

나라도 좋은 소식만 전해 잠시라도 행복한 웃음 지었으면 싶은 사람이 있어 나는 명절 증후군이 없는 대한민국 며느리로 살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 만날수 있는 명절을 아이처럼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시골에사는 나는 형님이 도착하기전에 왠만한 일은 다 해치우기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을 떤다. 어디쯤에 오는지 기다리는 내내 콧노래를 부르며 밥상을 차리고 밥먹기를 기다렸다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수다를 떨기위해서....

할말이 무에 그리 많은지, 하고픈 말은 또 왜 그리 많은지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말들이 거미처럼 줄줄 풀어내며 호호하하 웃어대면 시어머니 은근히 심술을 부리신다.

행여 당신 흉을 보는갑다는 노파심도 있으리라, 우수하지 못한 아들둔 부모의 자격지심도 있으리라, 우리는 마주보며 말없이 눈짓으로 시어머니 속을 이야기한다.

"밥하고 국끓여 상만 차리면 되요. 어머니 흉 안볼랑께 걱정마시요"

뭐하러 그말까지 하냐고 형님은 나를 쿡 찌르지만 나는 어쨌다요. 대수롭잖다.

나는 싫은거 불만있는거 대놓고 말하는 사람이란거 어머님은 아실텐데 싶어서다.

"너는 아무리 내아들이 잘못해도 어째 나 대놓고 직접적으로다 그렇게 말하냐?"

"어머님 잘못하는거 잘못한다고, 아닌건 아니다고 말해야지 속으로 참고만 살면 병되요.

그병에는 약도 없어서 어머님하고 편하게 못살아요. 나도 다 해본 나머지요 그래서 마신 댓술이 몇병인디..."

"그래라. 다 내가 새끼 잘못키운 죄다'

"걱정마시요, 그래도 냅두고 도망은 안갈랑께"

시어머니와 나의 평상시 대화는 늘 이런식이다.

그런 내가 형님은 부럽단다. 자기도 그러고 싶지만 그럴수 없어서 가끔은 정말로 나처럼 살고도 싶단다. 하긴 너라도 나대신 해주니 시원은 하다시며 대리만족하는 형님.

참는데는 대한민국 일인자라해도 과언은 아닐 형님.

참고 참고 또 참아 십년이 흐른 지금 참는거에 이골이 났음직도 한데......

보면 나는 즐겁고 좋은데 웃음이 자꾸나고 정말 좋은데, 형님은 시댁식구 모이는 자리가 좋기만은 않아보인다. 그래서 해맞이 같이 하자고 억지를 부리고 싶은거 참았었다.

형님!

언제 이렇게 아무마음 없이 부를수 있게될지 약속은 할수 없지만, 마음으로는 항상 부르고 있다는거 말해주고 싶다.

나는 언니가 더 좋은데.......

새해가 되면 나는 제일먼저 형님이라 부르리라 다짐을 하는데 작심삼일이다.

시숙님이라 부르는데 걸린 5년이란 시간동안 형님의 남편인 나의 시숙님은 적잖이 불만이셨다고 한다. 자기가 마음에 안들어 그런갑다고, 아닌데.....

시숙님, 형님.

나 무늬만 싸가지 없지 속은 안그래요.

알죠? 그러니까 형님도 나 좋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