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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바보로 만든 그 년!, 나쁜 년!...


BY 낸시 2004-12-30

여편은 그 년이 싫었다.

남편의 정신을 온통 앗아가 바보로 만드는 그 년이 미웠다.

그래서 남편에게 사정했다.

제발 그 년 없는 세상 좀 살아 보자고...

이사를 하면서 남편은 드디어 그 년과 헤어지기로 결심을 했다.

인정하기 싫어했지만 남편도 그 년으로 인해 가정의 평화가 깨어질 때가 많았음을 느끼고 있었던가 보다.

여편은 속이 시원했다.

그 년 꼴을 안 보고 살면 남편과 다툴 일도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예상대로 남편과 여편은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같이 잠들고 같이 잠에서 깨었다.

여편이 잠들거나 말거나 그 년에게 빠져 있던 예전과 달라진 것이다.

침대와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비슷한 시간에 같이 잠이 들곤 하였다.

둘이서 손 잡고 저녁마다 동네 한바퀴도 돌았다.

때로는 두 바퀴도 돌았다.

둘이서 손잡고 동네를 돌면서 도란도란 미래를 설계하기도 하고 옛날이야기도 하였다.

남편은 여편이 좋아하는 꽃가꾸기도 나와서 거들었다.

예전 같으면 그 년에게 정신이 팔려서 여편이 하는 일을 거들떠도 안 보던 남편이 달라진 것이다.

여편이 좋아하는 나무를 심을 구덩이도 파 주고, 구덩이에 물도 주고, 여편이 나무를 심을 동안 붙잡아 주기도 하였다.

둘이 열심히 가꾼 꽃이 피어나면 같이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하였다.

무엇을 더 구해서 심을 것인가, 어느 꽃을 어디로 옮겨심을 것인가도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다.

둘이서 같이 공부도 했다.

같은 날  부동산 자격증 시험을 보고 둘 다 합격하기도 했다.

남편은 식사 준비하는 여편을 도와 식탁에 수저를 놓기도 하였다.

설겆이 하는 여편의 옆에서 그릇을 정리하기도 하였다.

시장에도 같이 갔다.

남편은 수레를 밀고 여편은 물건을 골랐다.

감을 좋아하긴 하지만 비싸다고 망설이는 여편을 위해 남편은 상자째 수레에 담기도 하였다.

여편은 행복했다.

남편이 그 년과 헤어진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 년이 남편의 정신을 온통 점령하고 있을 때 꿈꾸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가능했다.

남편은 여편이 부르는 소리에 짜증을 내는 일도 없어졌다.

그 년과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한다고 여편에게 퉁명를 떨던 일도 없어졌다.

 

그러던 남편이 마음이 변했다.

그 년보다 더 마음에 드는 새로운 년을 발견했다고 하였다.

새로운 그 년을 보고 나더니 남편의 마음은 온통 그 년에게로 가버렸다.

여편은 마음이 아팠다.

모처럼 둘 만의 행복하고 오붓한 시간을 빼앗길 생각을 하니 무척 속이 상했다.

하지만 여편은 남편이 원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음을 안다.

 

여편은 남편이 사랑에 빠진 새로운 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남편 몰래 혼자서 그 년을 보러 갔다.

이것 저것 그년에 대해 알아보고 돌아왔다.

남편과의 행복한 시간들이 아쉬웠지만 포기하기로 했다.

그 날 저녁 여편은 남편에게 말했다.

"맘대로 하세요.

정 그 년이 맘에 들면 집에 들이자구요."

남편은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렸다.

좋아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다.

"알았어. 염려하지 마! 내가 너무 빠지지 않을께..."

 

다음날 남편는 납작하고 커다란 평면 티비를 집에 들였다.

처음에는 여편의 눈치를 보고 약속대로 여전히 손잡고 동네 한바퀴도 돌았다.

하지만 차츰차츰 남편은 티비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저녁식사 후 동네 한바퀴를 거르는 일도 늘어났다.

식사준비하는 여편 옆에서 식탁에 수저을 놓아주는 일 같은 것은 아예 없었다.

저녁만 먹으면 티비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 여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여편은 티비에 빠진 남편을 보면서 혼자 잠이 들었다.

남편과 같이 살면서도 여편은 외로운 순간이 늘어갔다.

여편은 한숨을 푹 쉬고 혼자 말했다.

"에고, 안방까지 파고들어 내 남편을 앗아가다니, 첩년보다 더 지독한 년! 나쁜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