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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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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열 매)


BY 나요 2004-12-06

      ◐열 매 ◑ 여지없이 졸졸졸 싱크대 물소리에, 청천 병력같은 큰 아들의 고함 소리가 고막을 흔든다. 너무 아파서 털썩 주저앉아 가슴을 잡고 숨결을 고른다. 화가 맺힌건지, 다른 질병의 암시인지... 숨이 멎을것 같은 압박과 통증이 근래에 자주 찾아드는 상황과 접함이다. 정신지체, 자폐아인 큰 아들과 살아온 전쟁같은 삶의 표상인가? 22년의 세월이 한순간 가슴위로 무너 지기라도 한듯, 통증의 무게가 주체 할수없이 크다. 부모는 뿌리고 자식은 열매 라는데... 변변치 못한 부모의 영향인지(?), 아름다와야할 열매가, 견실하지 못한 열매가.... 그 열매로 인해 찍어낸 눈물이, 냇둑을 넘고도 남을량 이다. 걸음마를 시작 하면서 아랫도리엔 팬티도 양말도 거부한체 발가벗고 맨발로, 비수처럼, 하루에도 수십번씩 가출하여, 골목골목 신발 가계나 양화점, 남의집 현관에 벗어둔 신발들을 신어보고? 아예 내것 남의것 할거없이 신고 돌아 다니는 바람에, 늘 난처하고 면목없는 일로, 주눅들어 사과하며 살게했다. 밤과 낮도없이 반복되는 가출에, 온가족이 허구헌날 눈물 범벅되어 시장으로 파출소로 찾아 다녀으며... 유아기 때에는 목욕탕이든 씽크대든 우리집이든 이웃집이든, 세제와 샴푸를 눈 깜짝할 사이 욕조나 하수구에 있는데로 풀어놓곤, 열번이고 스무번 이고 머리를 감고 또 감아댔다. 빨갛게 두피가 물러질 정도로... 일찍기 시작해서, 5년동안에 걸져 언어 치료교실과 어린이집, 유아원을 애원하며 다닐때는, 원내 온갖 집기류와 비품등을 부수고 망가트려 가뜩이나 없이살던 살림 , 기둥뿌리를 뽑게 해었다. 특수학교에 입학하여 한글 만이라도 깨우치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간곡한 기도와 집념을 보태며 6년을 보냈고, 알파벳을 알고 교복을 입게 하는건, 과욕이고 사치라는 타인의 비웃음에도, 일반학교 특수 반에서 일반 급우들의 도움받아, 위태 로웠지만 어렵게 어렵게, 중학 과정을 마칠수 있었다. 고등 수업은, 다시 특수학교 에서 사춘기와 맛물린 억센 3년을 조마조마 애간장 말리며, 선생님과 가족들 속과 목을 무던히 태우고 조여었으며.... 여직, 뾰족한 돌파구없는 우리집 큰 열매의 하루는, 도데체 알수없는 자아 세계에 갖혀서 혼자 밥먹고(가족들과 밥상에 마주하지 않음..) 커피 끓여 마시며, 컴에서 음악을 듣는일로 지낸다. 한마디 단어도 못하던 아이 였지만, 이젠 웬만큼 의사를 밝힐수 있는 상황은 되는데도... 작은소음, 사소한 텃치에도, 천정아 무너져라 지르는 굉음에, 무뎌질만도 한 가슴이 이렇듯 멍들어 감이다. 너무 강하고 너무 특별한 열매기에, 자꾸 갈근되고 기진해져 가는 뿌리지만, 겨울에 웅고(熊庫)하여 새봄에 활력을 내뿜는 뿌리의 강건한 내성처럼, 튼실한 결실을 향한, 강한 열매로 여물도록, 멎었든 쉼 내쉬고 고르면서, 기운을 간추린다. 다시 기운을....... 오는 수요일엔 장애자 직업적성 훈련, 테스트를 받기로 했다. 잘 해내야 할텐데..... 2004.12.06.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