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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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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을 찾아서 - 4) 뭐라고 했더라?


BY 라메르 2004-12-04

다음날 신이는 지각을 하고 말았다.

밤새 뒤척이다 새벽녘에 깜빡 잠이 들었다.

'나 와일노? 미쳤지 오자마자 이그.' 신이 제 머리 쥐어박으며

놀라 허둥대며 병실에 들어 가니 이미 인계는 끝나 있었다.

야리는 많은 눈빛에 우찌해야 좋을지 허둥댄다.

쥐구멍이라도 들어 가라면 차라리 그 구멍에 들어 가는게 나을 것 같다.

그때 갑자기 출입문쪽이 왁자지걸하다.

ㅇㅓ ㅇㅖ ㅇㅔ ㅇㅔ~ ~

신이를 향해 야리던 눈길이 일제히 입구로 쏠렸으니.....

신이 살았다.

신이를 살려 준 구세주는 삼십대 중반 가량의 몸집이 뚱뚱한 환자였다.

붕대로 친친 감아 있는 이마 아래로 얼굴은 퉁퉁 부어 있고 그의

몸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악취가 풍겨져 나왔다.

"안들어 간다 했지? 응? 내 몸에 손대는 놈 다 죽인다~ "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출입문을 발로 차며 난동을 부렸다.

남자 보호사들에 의해 저지된 그는 엉덩이에 주사를 연거푸 맞았다.

펄펄뛰던 그의 기세는 꺾였고 잠시후 그는 조용해 졌다.

모두들 바빠지기 시작했다.

"자 주임 간호사는 세척준비하고....

"김 선생은 환자 보호실로 옮기고....

각자에게 업무를 지시한 수간호사는 보호자를 간호사실로 모시고 갔다.

70가량의 촌노는 수간호사의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머리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던데 왜 그런 거지요?"

"예 된장을 발래가 (발라서의 강원도 사투리)"

"녜?" 된장을 머리에 왜....?"

"아 자가 정신이 없어서요 자꾸 엉뚱한 짓을 한다 말입니다.

옆 집에 개를 먹이는 사람네가 있는데 저 놈이 매일 그 집 담을 넘어 가

개를 한마리씩 잡아 죽였지요.

그 집 영감이 화가 났다 말이래요. 그래 저눔아를 개 죽 끓이는 쇠막대로

대갈을 내리 치니 대가리가 쩍 갈라져서는 피가 철철 나잖아요?

그래  내가 덧 날까 된장을 두 사발 넣었대요. 아프다고 펄쩍 뛰던데

괜찮겠어요? 선상님." 한다.

수간호사는 아직 출근 전인 정신과 과장에게 분주히 전화걸어 환자 상태를

보고 하고.....

세척준비를 하고....

환자를 보호실로 옮기고.....

모두 바쁜데....

신이 혼자 멍하니 서 있다.

신이와 눈이 마주 친 수간호사 신이에게 심부름을 보낸다.

"중앙공급실가서 suture set(봉합 섿) 하나 빨리 가져 오렴."

'슈쳐라 했지?'

슈쳐. 생소한 이름이다.

잊지 않으려고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 갔다.

"슈처, 슈처,........슈쳐."

하면서 가다가 계단 중간 쯤에서 학원 동기생인 윤영을 만났다.

"야 너 비맞은 중 처럼 뭘 중얼거리냐? 어디가?"

"응 공급실."

제기랄. 공급실 앞에 서자 단어가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야 기집애 난 몰라 니가 말 시키는 바람에 잊어 버렸잖아?"

"뭘 갖고 오랬는데?"

"그걸 알면 내가 이러겠냐?"

"기집애 잊어버린 주제에 큰 소린?"

"야 가만있어 봐. 무슨 쳐인데....

피쳐? 무쳐? 케쳐?......쳔가? , 젼가?  야~아~ "

윤영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야 니네 공급실 아무도 없어?"

"흥 아무도 없긴. 나 있잖아."

"가만있어 보자 (윤영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져? 면 씨져(가위) 같은데....  이걸루 가져가 봐." 한다.

신이는 윤영이 내미는 씨져를 가지고 잽싸게 병실로 돌아 왔다.

병동에 돌아 온 신이 찜찜하지만 씨져를 내밀었다.

신이를 바라 보는 그들의 눈 빛

?...?....?..........?>>>>>>>>???

어? 이 인간을 도.저.히.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수간호사 말없이 이 번엔 민주를 불렀다.

민주는 신이의 학원 동기생이다.

신이가 방구석에서 파리나 잡고 소일을 할때 그는 6개월전

이곳에 오게 되어 이미 어리버리를 벗어 난 상태였다.

슈쳐 셑을 가져 온 민주 신이를 쪼갰다.

"도저히 이해 안되는 지지배.

야 넌 상황파악 그렇게 안되냐?

저 환자 된장 파 내고 나면 골이 진 머리 꿰메야 될텐데 가위들고

뭐 하려고?

벌어 진 머리통 더 째?"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쥐구멍이란 말이냐?

신이 진작 쥐구멍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그러나 신이 그렇게 자조하는 걸로 끝나질 않았다.

"야 니가 저 환자 머리잡아.

내가 하려고 했는데......

흥 내가 이것도 가져 오고 저것도 하리?"

얄미운 민주 지지배 대신 신이는 냄새나는 그 남자의 머리를 잡고 슈쳐

(봉합)하는 인턴의 보조를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