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스핸드백 손잡이 줄이 끊어질 지경이어서 AS를 받기 위해서
롯데백화점 1층 매장에 들어섰다. AS를 원한다고 했더니
닥스정품이 아니고 모조품이라고 한다.
기절초풍을 했다.
내게 선물한 사람이 어느날 제주도에서 전화를 했었다.
"사모님 핸드백 그동안 안 사셨지요?"
얼마전 인도네시아 여행을 하면서 면세품 집에서 핸드백을 구경하던 내가
값이 만만치 않아서 닥스핸드백을 만져보기만하고 사질 못하던 것을 보았던 사람이었다. 내 가방을 하나 사 줄려고 한다는 전화였다.
'비싼것을 뭘 하러 사느냐' '다른 가방이 몇개나 더 있다' 고 거절했으나
며칠후 내게 가방을 선물했다.
'비싼것을 왜 샀느냐'고 했더니 "비싼것 아니예요. 쓰세요"라고 말했다.
제주도에 면세점이 있고 내국인이 면세품을 여권없이 산다는 정보를 알고 있던 터라서 그 물건이 면세점 물건인 것으로 알았고 제주도 여행하면서 나를 기억하고 사준것으로 생각했다.
백화점에서 조금 창피했다
동행했던 친구에게도 부끄럽기도 했다.
선물 받은 것이 모조품 가짜라니...?
그것을 진짜인줄 알고 들고 다녔으니...?
그것을 AS 받겠다고 왔다가 거절당하는 꼴이라니...?
조금 허전한 기분으로 집으로 오다가 마음이 착잡했다.
이 사실을 덮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다가
그렇다면 내국인에게 제주도 면세점에서는 모조품을 판단 말인가?
혹시 속아서 산게 아닐까? 그렇다면 카드결제를 했을지도 모르니
증거자료가 있을것이다. 그러면 알려주어야 바로잡을 것 아닐까?
아니지...! 알려주면 얼마나 무안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아파트 안으로 걸어들어오는데
뒤에서 빵!~ 하며 클락션을 눌렀다.
놀라서 돌아보니 방긋! 웃고 있는 멋쟁이 기사!
어머나...! 바로 내게 이 가방을 사준 사람이 내 뒤에서 클락션을 울린것이다. 마치 내 뒤를 따라 오기라도 한것처럼 먼데 사는 사람이 어쩌면!
우연의 일치로는 참 신기하기까지 했다.
차창을 열고 반가워 하는 그에게 더 이상 망서릴 필요가 없었다.
이 가방 줄이 끊어질려고 해서 수선받으려고 롯데 백화점에 갔다가
모조품이라고 해서 못고치고 온다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었다
즉시 그녀는 모조품이라고 시인했다.
"다시 가방 좋은 것 사드릴께요" 라는 말을 덧붙였다.
얼마나 내가 황당했는지? 새로 가방 사달라는 말이 아니라
제주도에서 전화했던 기억을 이야기 하면서 모조품을 면세점에서
파는가 싶어서 알려준다고 했다. 있는대로 사실을 말했건만
왜 이렇게 썰렁한지 느낌이 이상하다.
내게 그 선물을 줄때 "비싼것 아니예요" 라고 말하므로
그녀는 나를 속일 의도가 없었고 굳이 모조품이라고 말하지 않은 것 뿐인데
나 혼자 닥스 진품이라고 믿어버렸던 것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처음 선물로 받고 자꾸만 이상해서 들여다 보면서
진품이 왜 이렇게 마무리가 엉성한가싶어 의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정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자 더 이상 이 가방을 들고 싶지 않은
묘한 마음이 생긴다. 허영심인가? 자존심인가?
그가 속인것도 아니고 모조품이라고 알려주지 않은 것 뿐이고
나 혼자 그녀가 사준것이니 정품일것이라고 마음에 설정해 놓고
공연히 배신이라도 당한것처럼 썰렁한 이 기분은 또 뭔가?
아무튼 어떤 사람의 인격에 실망하게 될때 느끼는 썰렁함이 이런 것일까?
내 인격과 인품에 이처럼 안팍이 달라서 실망하고 씁쓸한 사람은 없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진,위가 밝혀진 후
내게 사랑을 받던 모조품 가방이 갑자기 불쌍해진다.
멀지않아 내게 버림을 받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