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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자가있어(9)


BY 오드리햇반 2004-11-26

남자는 그날 일을 들추기 시작했다.
여자는 그날 술을 마셨다.
여자가 술을 마신건 그날 뿐 만이 아니었다.
남자를 처음 만나던 그해 겨울에도 술을 마셨다 .
남자를 잊기 위해 마신 술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술은 길 위에 쓰러진 여자에게 어길수 없는 거대한 힘으로

남자에게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들뿐, 그날 남자에게서 헤어나지 못했던 여자는

아직도 그 남자에게서 헤어나지 못한 그대로였다.

남자와 술을 한통속이었다.

여자는 한번쯤은 이겨보리라 마음먹었다.

폭발하면 그 위력에 남자나 술쯤은 쉽게 따돌릴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여자의 폭발이 효험이 있던 탓이었을까.

술은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의 행동에 기함을 내고 용서 할 수 없다며 술집을 뛰쳐나왔을때.
거리는 불쑥불쑥 여자에게 달려들었다.
따라와 잡아줄 줄 알았던 남자는 끝내 여자를 뒤쫒지 않았다.
여자는 대신 택시를 잡았다.
뒷자리에 쓰러진 여자에게 택시기사는 여자를 어디로 모셔야할지 물었다


마음대로...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여자는 누군가의 마음대로 그렇게 떠나고 싶었다.

누군가의 마음대로 밤새 멀리멀리 달아나 버리고 싶었다.
택시가 잠시 머뭇거리다 출발했다.


휘청거리는 네온들을 바라보며 남자를 원망했다.
남자는 여자가 취했다 싶을때 여자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여자를 바꾸어 주었다.

여자는 아무런 예고없이 취한 목소리를 들려 드리고 싶지 않았다.

안부도 아닌 전화로 여자 아버지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는 싫었다.

목소리만으로  딸의 상한 마음을 느낄텐데 그건 자식으로 할 짓이 아니었다.

여자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버지의 음성을 들으며 생각지도 않은 울음부터

울컥 터뜨렸다.

남자에게 전화기를 집어던지고 그리고 뛰쳐나와 버렸다.
잔인한 남자와는 함께 있을 수 없다고...

 

진동으로 되어 있던 여자의 전화기는 남자의 호출로 애가 타도록 떨렸다.

뛰쳐나간 여자를 잡지 못한 뒤 늦은 후회가  진동으로 요동쳤다.
한번은 받고 한번은 안받고 남자가 여자를 조롱했듯이 여자도 남자를 조롱했다.

남자의 마음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으며 여자는 미소를 지었다.

아프니...

너도 아프니...

 

택시가 가는 방향을 느낌으로 쫒다 여자는 택시를 멈추게했다.

택시가 다시 출발하자 여자는 혼자였다.

여자는 혼자 거리에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