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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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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 나무 아세요?


BY 고은 2004-11-26

도시 사는 사람들의 갈망이 랄까요?

나는 나무를 무척 좋아 합니다.

내가 특히 좋아 하는 나무는 시골 물가 근처에 멀대 같이 삐쭉 서 있는 미루 나무를 좋아 해요.

이 나무들은 거의 혼자 서 있거나 아니면 자기 보다 작은 나무를 하나만 거느리고 있어요.

대부분의 나무 처럼 군락을 이루는게 아니라 작은 나무들 사이로 단연 돗 보이는 그 웅장한 멀대(?)..

한 여름 그 그늘 덕도 못 보고 가을의 단풍도 그저 그렇고 제일 멀대 처럼 느껴지는건 겨울이죠.

그 벌판에 독불 장군처럼 서서 매서운 칼 바람을 피하지도 않고 제몸 따쓰하게 잎 하나 붙이지도 못 할정도로 미련 하게 그 바람 다 맞고 서 있어요.

난 그게 왜 그리 사랑 스러운지...

요령을 피울 줄 몰라요.

그 추위를 맞았으면 씨를 내릴때 다른 나무들 사이에 내리든지 하지않고 그냥 우직하게 우뚝!!!...

우리 어릴때 이런 노래 있지요?

 "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 구름 달려 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걸쳐 놓고 도망 갔다네."

키가 얼마나 크면 그 끝에 구름이 달려 있겠어요.

빈약하게 키만 크지만 보고 있으면 정말 고향의 마루 끝에 앉아 한 여름의 망중한을 즐기는 것 같아요.

포근 하고 편안한 그 느낌이 우리 아버지를 보고 있는 느낌이죠.

뭐라고 해도 미동 하나 없이 그저 우리딸 말이 다 맞어 하면서 바라만 봐 주는 아버지..

요즘은 한번씩 겨울 미루 나무를 떠 올리게 해서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아직 나에게는 든든한 버팀목 이지요.

그저 지켜 봐주는것도  자녀들이 미루나무처럼 곧게 자랄수 있겠지요?

우리 가슴속에 미루 나무 한그루 키워 보시면 어떨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