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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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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해.


BY 모모짱 2004-11-17

 


큰아이가 대학을 합격했다.

아들을 대학 합격시킨 엄마로서 막대한 공을 인정함으로 유럽여행을

부부동반으로 떠나자고 했다.

너무나 기뻤다.

결혼후 이십년만에 처음으로 둘이 가는 여행길이었다.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간 이후 처음이다.


쥬리히...파리...로마...

보름동안의 일정을 잡았다.

개인 투어다.

여행을 많이 해본 그가 안내를 했다.

국내 여행도 둘이 해보지 않은 내가 유럽까지 남편을 따라오다니 내게는

꿈같은 일이었다.


쥬리히에 내리니 남편의 거래처 사람들이 최고의 대우를 해주었다.

호반에서의 점심초대는 그림 같은것이었다.

하얀 소스를 등에 엎고 있는 생선 요리...

스위스에서는 생선이 귀하단다.

나는 그것을 먹지 못했다.

비행기를 오래 타고 와서 속이 불편했다.

'촌스럽게 굴기는...'

핀잔을 들었다.

융플라워에서 그들이 케익에 우리 부부이름을 새겨놓고 기다렸다.

나는 멀미를 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후회스럽다.


화려한 호텔에서 잠을 설쳤다.

남편과 한 침대에서 자는 것이 너무나 어색했다.

항상 따로 따로 요를 깔고 잤었다.

욕실도 보이는데 있다.

샤워하는 모습이 보일까봐 노심초사했다.

지금이라면 안그랬을텐데....

아름다운 나라에서 나는 쩔쩔매고 있었다.

첫코스는 그랬다.

거래처 사람들만 없어도 좀 안정을 하지 않았을까...

팬티 한장을 사는데도 쫓아다니며 계산을 해주는 통에 애를 먹었다.


파리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차를 세운다.

'저 옷을 사 줘야겠어.'

남편은  내게 어울리는 옷을 발견했단다.

옷을 입고 한바퀴 돌아 보란다.

나는 시키는대로 했다.

그때만해도 나는 날씬했다.

진짜다.

'구웃...'

옷을 사주었다.

프랑스에서 최고의 팻션이란다.

그 옷을 입고 쑈를 보러 갔다.

지나 가다가 옷가게에 갑자기 들어가 옷을 입어 보라고 한다,

옷을 여러벌 샀다.

친구들 모임에 입고 나가란다.

친구들이 깜짝 놀랄거라고 말했다.

나는 항상 그가 지정해준 옷을 입고 지정해준 구두를 신고 그가 지정한 곳으로

식사를 하러 갔다.

우아하게...

야시장에 가서 과일을 사와서 호텔에서 마음껏 먹던 일이 좋았다.

그가 지정해준 옷을 입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그는 너무나 세련되게 행동을 했다.

나는 그런 그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호텔투어도 했다.

루브르 박물관도 가고 에펠탑에도 올라갔다.

에펠탑근처에 호텔에 숙소를 잡았다.


로마로 왔다.

거리는 지저분했지만 구경거리는 많았다.

이태리는 가죽이 유명하단다..

핸드빽을 사러 가잔다.

어깨에 메고 걸어 보란다.

나는 이제 그가 시키는 일에 세련되게 행동할수가 있다.

'어때요?'

말도 할수있을 정도다.

파리에서는 어색했는데 왠지 이태리는 마음이 편했다.

아니란다.

그 빽은 어울리지 않는단다.

여러번 옮겨 다녔다.

남편은 지치지도 않는다.

나는 지쳤다.

'나중에 후회 하지 말고...'

그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메이커를 잘 몰랐다.

그게 그렇게 한국에서 부러워하는 메이커인줄은 돌아와 친구들의 말을

듣고 알았다.

'너 그 빽 어디서 샀니?'

하던 친구에게 무심코 로마에서 샀다고 했을때 친구의 놀람에서 알았다.

남편의 말이 맞았다.

그는 맞는 말을 잘했다.


보름간의 여행이었다.

큰아들 덕분에 내가 누렸던 최고의 행운이었다.

그 해는 분명히 내 생애 최고의 해였다.

그후로는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는 않았으니까...

정말이다...

다시는 그런 날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