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딸과 둘째딸의 터울은 만31개월.
남들은 모두 큰애가 어느정도 컸으니 엄마가 편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동생을 데리고 온 날부터 아이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동생에게 젖을 물리면 저도 먹겠다고 달겨들었고
뗀 지 오래된 젖병을 다시 물고 누워서 우유를 빨았다.
잠자는 갓난동생의 얼굴을 수시로 찔러대고
하지말라고 하면 더욱 앙탈을 부리며 반항을 했다.
동생을 안고있는 엄마는 아예 용납을 안하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젖이라도 물리려면 할머니가 큰애를 꼬드겨서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야만 할 정도였으니
오죽하면 산바라지를 끝내고 돌아가시던 친정엄마가
눈물을 다 보이셨을까....
'힘들어서 어떻게 할래,,'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힘든 가운데서도 세월은 갔다.
늘 작은아이는 뒷전이고 큰아이한테만 신경을 써야했다.
다행히 작은 아이는 너무 순해서
엄마의 짐을 덜어준 착한 아이였다.
그러니 큰아이에게 신경을 쓰면서도
늘 마음은 작은아이가 이쁘기만 했으리라.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이가 알았는지
언니의 동생 구박은 갈수록 심해졌다.
겨우 걸음마를 하는 아이를 밀어대면
선채로 방바닥이 울리도록 넘어졌던 작은아이.
정말 삼신할미가 돕는다는 말이 아니라면
뇌진탕도 여러번 겪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큰아이가 유치원 다닐 무렵의 어느날이었다.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쓰고 있던 큰아이가
책상아래로 떨어진 지우개를 지가 줍지 않고
다른방에서 놀고 있는 지동생을 부르더니 주워달라고 했다.
언니가 시키는 일은 뭐든지 군소리 없이 하는 착한 작은딸.
비록 언니보다 못생기기는 했지만 마음씨만큼은 훨씬 더 이쁘다고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던 터였다.
그런 지동생에게 큰아이가 한순간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너는 내 원수야!"
순간 무엇엔가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어떻게 아이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올까?
왜 동생이 지 원수일까???
큰아이를 살살 달래 물어보았다.
"왜 니동생에게 원수라는 소리를 했니?"
"엄마를 뺏어갔잖아."
그랬다.
동생이 태어나서 엄마의 사랑이 나뉘어진데 대한 불만이었던 것이다.
혼자서 31개월동안 엄마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아이가
어느날 동생이란 존재에게 그사랑을 뺏겨야 하는 이유가
아이 생각에서 용납이 안됐던 것이었다.
결국 모든건 엄마의 잘못이었다.
갓난 동생의 얼굴을 보다가 큰아이의 얼굴을 본 순간
겨우 31개월밖에 되지않은 아이 얼굴이 큰애의 얼굴로 보였었다.
그래서 겨우 세살인 아이에게 7,8살의 자격을 강요했던
엄마의 모자란 생각때문에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이다.
그후 아이의 눈높이로 한번더 생각해서 말을 하였고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표현을 의식적으로 더 자주 해주었다.
지금은 모두 대학생이 된 두 딸.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면 믿을 수 없다면서 깔깔거리는
너무나 사이좋은 자매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