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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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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 내 사랑하는 아들아


BY July 2004-11-04

"엄마, 양수가 터진것 같아. 빨리 빨리 병원으로..."

예정일이 지났지만 좀체 나올 생각도 않던 탓에 여유를 부리고 있었건만 드디어 양수가 터졌나보다

주섬주섬 가방을 싸들고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양수가 터진것 같으니 입원수속 밟구요  아.. 안돼요 핸드폰은 두고 들어가세요"

너무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핸드폰을 주머니에 챙겨 넣으며 분만실로 향하는 내게 어이가 없다는 듯 간호사는 쏘아붙인다

그도 그럴것이 양수가 터져 분만실로 향하는 급박한 상황인데도 무슨 전화 올때가 있다고 핸드폰부터 챙겼는지...

분만실에는 이미 많은 산모들이 어설픈 진통을 겪으며 그야말로 진짜 진통이 오기를 기다리며 누워있었다

나도 한쪽 구석 침대에 가 누웠다

곧이어 링거가 꽂혔고 복부쪽에는 진통정도와 아이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치들이 달려 ' 이제 정말 내가 아이를 낳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나 갑작스레 병원을 찾는 바람에 남편의 따듯한 말 한마디 듣지 못했고 혼자 캄캄한 우주의 한켠으로 던져져버려진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계속해서 되내이고 되내었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나이만 서른을 넘겼다뿐이지 막내로 자란 나는 늘 어리광만 부려대는 철부지 산모였기 때문이다

초조해졌다

쿵쾅쿵쾅 뛰는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이번엔 어깨가 또 무거워졌다

우리 아이 잘 키워야할텐데..

이번엔 불안.....이다

불안이 밀려왔다

우리 아이 그저 건강하게 태어나주어야 할텐데...

'내 엄마도 나를 낳을때 이런 심정이었겠구나' 생각하니 그동안 애만 먹이며 부모님 고생만 시키던 생각에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갑자기 배가 땡기고 아파왔다

헛구역질도 났다

다리도 후들후들 떨렸다

곧 아이가 나올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멀었단다...

 

8시간째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밤을 꼬박 새워서인지 잠이 쏟아졌다

면회온 시어머니는 잠을 자면 안된다며 힘을 써야 한다며 자꾸 머리맡에서 말씀을 하신다 그래도 잠이 자꾸 와서 퍼붓는다 힘을 놓으면 안되는데 .. 힘을 놓으면 안되는데 ...

그렇게 16시간이 흘렀다

아이가 뱃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태변을 봤다고 했다 갑자기 수술결정이 났다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다리도 팔도 얼굴도 ...

마취도 하기전에 전신이 마비되어버린 것 같다

호흡도 가빠지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남편이 다가왔다 아무말 없이 가만히 그저 서 있기만 한다

한마디 해주라는 간호사의 말에 무뚝뚝한 경상도 남편은 "울지 마라" 한마디 뿐이다 호흡은 더 가빠지고 처음 수술이란 걸 해보는 나는 두려움에 힘들어하고 있었다

수술실 앞

남편은 또 가만 서 있다

손을 잡아주라는 간호사의 말에 남편은 로봇처럼 가만히 손만 잡는다

 

누군가 내 볼을 힘차게 때려댔다

마취가 풀리는 모양이었다

아무런 기억없이 그렇게 그렇게 아이를 낳은 모양이었다

한참을 두드려 맞은 후 수술실 밖으로 실려 나갔다

"아이는 건강하다 니는 괜찮나?"

나의 건강을 가장 먼저 염려해주는 남편의 이 한마디는

이번엔 누가 시켜서 말하는 게 아닌것 같다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뚝뚝한 남편이었지만 그동안의 걱정과 사랑이 담긴, 평생 잊지 못할, 말 그대로 따뜻한 남편의  말 한마디였다

시어머니는 "수고했다"며 연신 웃음을 지으신다 마취가 아직 덜 풀려 몸과 생각이 마음대로 움직이진 않지만 어머니가 저렇게 좋아하시는 걸 보면 아들인게 틀림없다

 

나는 3.6kg의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얼마후면 그 아이가 백일을 맞는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수술실 들어갈때의 두려움을 너무나 잘 느끼게 해 주었던 그 아이

내가 비로소 여자이기에 앞서 엄마라는 위치에 서게 해 주었던 그 아이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게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가슴 절절히 느끼게 해 주었던 그 아이

말없는 무뚝뚝한 남편의 사랑을 듬뿍 느끼게 해 주었던 그 아이

우리 시어머니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던 그 아이 ,

준성이가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라면서 ...

곧 백일을 맞을 내 사랑하는 아들, 준성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