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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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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이 그립다.


BY jin7533 2004-10-25

  
                  약혼                                 결혼                                신혼

                                                아득한 옛날이 그립다. 

아득한 옛날이 어제와 같이 느껴지는 나의 신혼을 더듬어본다.

나는 4계절 중에 가을을 무척 좋아하지만 결혼은 봄에했다.

우리는 주위 모든 우여곡절을 안고서 열열한 연애를 해 드디어는 1965년 가을에 약혼을 해서 다음해 봄에 결혼을 했다.

약혼을 하고는 결혼일을 받고나니 어찌나 날자가 않가는지 달력에 하루지나면 X표로 계속 지워 달력 5장이 X표로 꽉 메워졌다.

하루빨리 같이 있고 싶어서, 결혼만 하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 것 처럼 기다리고 기다려 드디어는 결혼을 했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보니 그렇게 갈망하던 달콤한 신혼살이의 꿈은 사라지고 6남매에 더부살이하는 시골 친천들까지 식사 시간이면 식당을 방불케하는 대 가족 앞에서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며 이 대가족의 맏며느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였다.

그 시절엔 맏아들이 결혼해서 분가한다는 것은 꿈도꾸지 못하던 시절이라서 당연한 걸로 여기며 시부모님의 따뜻한 배려와 동기간의 따뜻한 사랑으로 큰 갈등없이 살아가는데,대대장손 집안이라서 제사가 많았다.

한달 걸러 제사가 있으니 보통 분주한게 이니지만 지금 생각하면 우리어머님은 잘도 하셨다.

때로는 내가 머믓거려 어머님 맘에 들지 않을 때는 꾸중이 당연한데 그때는 왜 그렇게 섭섭하게 들렸는지 모르겠다. 마당 모퉁에서 눈물을 짜던 그 시절!

신혼초에 직장까지 다니며 피곤이 겹치고, 그때는 소원이 잠을 실컨 자보는게 소원이었다.

그 시절엔 수돗물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서 낮에는 공급이 잘 되지 않고 밤에서 새벽까지만 공급이되기에 집집마다 물을 받아놓는 커다란 항아리가 있었다.

그런데 김장철이면 물 나올 때 씻어야 한다고 새벽 3시쯤이면 배추를 씻기시작하는데 날씨는 왜 그리도 추웠느지,지금도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또 있다.신혼초인데 어머님이 어찌나 절약을 하시는지 연탄불을 이방저방 옮겨가며 방을 차지만 않게 하다보니 2층을 사용하는 우리방은 너무나 추워서 새벽에 일어나보면 주전자 물이 꽁꽁얼고,걸레가 얼어붙어 사용불가에 호마이카 장롱이 얼어서 쩍쩍 금이가는 사테가 벌어졌다.

그래도 말한마디 없이 견디었으나 더 하기 싫었던 일은 자다가 연탄불을 여기저기 옮기는 일이었다.

내가 그렇게도 결혼을 빨리하고 싶어서 달력에 X표까지 하며 기다렸던 달콤한 꿈이 이렇게 산산 조각이나는구나 하고는 한숨지을 때도 있었지만 내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남편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삻어하면서 배운다고 나는 어머님의 절약을 배우고, 가족간의 우애를 배우고, 남편의 청빈함을 배우고,후회없는 삶을 역어 오늘에 이르렀으며,그 많던 제사는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합동제사로 만들어 놓셨기에 많이 줄어서 1년에 3번만 모시면 된다.

그 북적이던 옛날을 그리워하며, 가끔 흘러간 옛날 이야기로  이 아름다운 가을의 끝자락에서 아득한 옛날의 신혼을  그리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