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초등학교 1학년 큰딸의 야외학습날이다. 맑은 가을 하늘을 우러러보니
구름한점 없고 높기 그지없다. 조금은 비가 올까봐서 약간 걱정했었는데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다. 딸아이는 간식거리 사야된다고 난리 법석이다. 그래서 슈퍼에 가서
음료수하고 과자하고 그리고 제과점에 가서 제일 좋아하는 피자빵하고 몇가지를 샀다.
왜이리 좋아하던지...야외학습날보다 그 전날 준비하는 날이 더 좋은가보다. 갑자기
나의 어렸을때 소풍가기 전날밤이 생각난다. 비가 오나 안오나 몇번을 자다가
일어나 밖의 날씨를 확인하던 가슴 설레이던 아련한 추억이 그리워진다......
얼마나 설레이었던가? 비록 먹을건 없었지만 소중히 싸준 밤이며 떡이며
그리고 계란얹여준 밥이며 얼마나 맛있었던가? 그 설레임이 생각나 무엇이 먹고
싶은가 딸에게 다시 물어본다.. 그저 빵하고 과자봉다리 들고 방방뛰며 토끼같이
집으로 향한다.
직장관계로 김밥을 쌀수가 없어서 항상 가는 깁밥집 아줌마에게 주문을
해놓고 과자며 음료수를 잘 챙겨서 가방에 넣어두었다. 딸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과자가 잘 있는지 확인 또 확인 해본다..
그 다음날 부지런히 깁밥을 찾아서 도시락에 넣어주고 학교앞까지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해주었다. 깁밥을 직접 못싸준게 괜히 맘에 걸린다,,,,,,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갑자기 따르릉 전화가 왔다. OOO엄마시죠?
네 그런데요? 전화선너머로 들려오는 숨넘어가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다쳤는데 빨리 오라고 한다. 얼마나 다쳤는데요? 물어보니 물어보지
말고 빨리 오라고 한다. 피가 많이 흘렸다고 ...
갑자기 손이 덜덜 떨리고 가슴이 덜컥 한다. 남편에게도 연락을 하고
택시를 타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남편하고 만나서 가는 도중에 남편이 얼마나
다쳤겠어? 놀이터에서놀았는데 안도하라며 나를 위로한다. 하지만 다급하게 전화해준
아줌마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음을 알았다.
남편과 함게 놀이터에 도착해보니 한 귀퉁이에서 넘어져 아래턱은
피가 나서 흘리고 있고 입고 있던 옷은 피로 젖어있고 머리는 헝클어져
볼수가 없다. 2-3m 높이의 구름사다리에서 떨어져 턱부분을 정면으로 다친모양이다.
놀이터가 완전히 모래바탕이었으면 괜찮했을건데 비가온 뒤 굳어진 흙으로 된 땅이라
단단했나보다......
아래턱부분과 아랫부분의 잇몸이 쏙 들어가버리고 이빨이
뿌리가 뽑아진 나무처럼 흩어져있는 느낌이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런데 속상한것은 수없이 지나가는아줌마들이 많을건데 그 누가 벤치에 앉혀주지를
않은게 넘 속상했다. 안심이라도 시켜주었으면 이렇게 속상안할건데...........
자기 자식일이라면 깜빡 죽는 요즘 사람들인데 남의 애기라고 저렇게
방치했나 하는 생각에 인심이 각박해졌음을 느낀다... 그래도 자기 휴대폰으로
전화해준 그 낯설은아줌마의 고마움이 얼마나 고맙던가 다시 한번 생각되었다........
바로 앞에 자주가는 정형외과로 갔다. 웬일로 왔냐면서
반갑게 원장님이 반겨주신다.바로 이를 보면서 대학병원으로 가라 한다. 다급하다고 .....
남편과 함께 딸과 작은애와 넷이서 부리나케 응급실고 갔다. 급히 실려오는
교통사고 환자와 생사직전의 산소호흡기 쓴 아저씨 별의별 환자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담당 의사선생님과 함께 진료을 받았다. 먼저 흙으로 덮어진 상처부위를 씻어내고
소독을 하고 기다리라 한다....
아이는 피곤하다며 꿈속으로 들어간다. 침대에 누워있는 딸의 이불을 덮어주며
직장생활한다고 약간은 소홀해진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김밥도 직접 못싸준 나 자신에
대한 책망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갈수록 입술이 통통 부어온다. 저녁 7시가 되었다. 오고가는 환자들의
일그러진 모습들과 손에 화상을 입어서 오신분들 그리고 대학생이나 되었지싶다
곱상하게 생긴 청년이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었나보다. 젊은 엄마는 기도하면서
애원한다. 제발 살아있기를..........
순간의 교통사고는 얼마나 많은것을 잃는가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그래도 우리애는 이만하기 다행이야 혹 더 큰 사고라고 당했으면
어쪘을가 생각해본다.그리고 바로옆 침대에있는 약 60정도 되어보인는
아줌마가 일으켜달라고 한다. 순간 팔다리 곳곳에 멍들어잇는 할머니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멍이든 눈의 모습까지 ...
다른옆에있는 아줌마가 말을 한다, 남편에게 얻어 맞았는가보다고...
잠시나마 일으켜 주는 1분의 시간이었지만 아줌마의 인생이 보였다.
차마 헤어지지 못하고 구타당하고 살았을 힘없는 여자로서의 한이 묻어나왔다.
너무 측은해보였다.차라리 헤어지고 살것이지 하면서 생각해본다.........
안면을 CT촬영을 해야한다고 촬영실로 갔다. 겁먹은 아이는
하기 싫다고 벌떡 일어난다.안심을 시키고 촬영을 끝냈다.
그리고 구강치료실로 갔다. 잇몸속을 위아래 몇방울 꿰매고 이미
헝클어져버린듯한 이를 고정을 시켜주엇다.
CT촬영 결과 다행이 큰 것은 없다했다. 그러면서 뇌를
안다친것을 다행이라 시원스레 대답해준다. 왜이리 의사님의
대답이 시원스럽던지 ..... 입원해야 하나 온갖 상상을 했던 좀전의
모습과는 달리 힘이 난다... 그래도불행중 다행이야 하면서 큰 사고를
당한 많은분들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통운치료하면 될것이라면서 입원은 하지 말라고 한다. 4시부터 저녁
12까지의 8시간의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날 저녁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수술을 해야되는건 아닌가? 걱정 하면서 마음 졸였던 긴장감이 갑자기 풀어진다.
오늘 하루 많은 반성을 해본다. 직장다닌다고 등한시 했던
아이와의 많은 대화와 잔잔한 정을 못준것에 대한 자책감 그리고 내자식이
아니라도 한번정도 다른곳을 돌아봐야할것임을 느꼈다.
내 자식만 소중하지 않다는 것을 .... 나는 과연 놀이터에서
남의 아기가 피를 흘리며 울고 있을때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 핸드폰으로 전화해준 고마우신 이름모를 아줌마의 고마움이
마음속 깊이 전해옴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