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위해 상 차리는 행복한 시간 >
비릿한 고등어가 프라이팬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고, 참기름을 듬뿍 뿌려 나물을 조물조물 무친다. 아침을 우유와 빵으로 대신하는 큰애의 입에서도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어릴 적 시골에서는 넘쳐나는 것이 나물이었다. 들로 산으로 가면 맛있는 반찬거리가 널려 있었다. 고기나 생선은 생일날에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었다.
어머니는 밥 때가 되면 마당 한쪽에 자리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밥물이 넘치지 않게 솥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뜸을 들이셨다. 언제나 시금치 나물을 맛나게 만들어 주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도 시금치를 제일 좋아한다.
밥상에 하나 둘씩 반찬이 놓이고 마지막으로 국을 대신해 구수한 숭늉을 올린다. 시어머니께서 손수 해 주신 거라 맛이 진하고 구수하다. 어제 담은 파김치가 먹음직스럽다.
좋아하는 반찬 가까이에 앉으려고 아이들이 자리 다툼을 한다. 그래서 아빠는 가위바위보로 결정을 하라고 한다. 밥상 앞에서 자주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아빠가 먼저 수저를 들면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한 곳으로 젓가락이 간다. 바로 갓 튀겨 낸 돈가스다.
안되겠다 싶어 세 사람에게 똑같이 잘라서 개인 접시에 담아 준다. 하나씩 비워지는 반찬그릇을 보며 나는 미소짓는다.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 주는 것이 얼마나 보람 있고 짜릿한 쾌감을 주는지 남자들은 모를 것이다.
맛있는 생선을 발라 아이들 밥숟가락 위에 올려 주는 일이 즐겁다. 내 입에는 안 들어가도 식구들이 즐겁게 식사하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 숭늉그릇까지 비워지면 밥상을 들고 주방으로 간다.
식탁이 있지만 우리 가족은 밥상에서 식사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식탁에 앉아서 먹으면 서로 떨어져 앉아야 하고, 그러니 말도 없어지고, 반찬이 멀리 있어 먹기도 불편하다. 아이들도 밥상에서 밥을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유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밥을 먹을 수 있어서다.
이유야 어쨌든 간에 밥상을 가운데 놓고 오순도순 붙어 앉아 밥을 먹음으로써 정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해서 밥상을 차린다는 것, 그것도 가족을 위해서라면 더욱 즐겁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