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밤이 깊어감에 사람냄새도 점차 줄어들고 적막감만 맴돈다. 홀로 있는 이시간이 나에게는 천금과도 같은 것이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밀린 편지도 쓰고, 책도 보고, 나의 비밀 노트에 일기도 쓰고.... 냉장고의 소음이 내 마음를 산만하게 하고 고요함마저 저 소음소리에 묻힌다. 요즘 일기를 매일같이 쓴다. 물론 컴에서 쓰지만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이야기를 그 비밀 일기장에 쓴다. 나 혼자만의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선 뭘 쓴다는것이 얼마나 위안이되는지 모른다.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세상 모르고 자는 남편 얼굴울 보니 평화로워 보인다. 지금 내마음처럼 편안한가 보다. 밤늦게 가스렌지에 올린 주전자에선 물 끓는 소리가 나고 오히려 이 시간이 나에겐 더 분주하다. 시간이 넘쳐나지. 양말 서랍장을 다 뒤엎어 놓고 개어진 양말을 다시 차곡차곡 넣기도 하고. 낮의 분주함보다 밤의 분주함을 난 더 즐겁다. 남들 자는 이 깊은 밤에 홀로 키보드 소리와 물 끓는 소리와 냉장고 소음과 함께 나의 밤 생활은 활기가 있다. 불면이 가져다 주는 멋진 선물이다. 잠을 많이 자야 미인이라고 하지만 난 잠을 안자고 마음의 미인이 되고 싶다. 심적으로 편안하고 내가 하고 싶은것을 자유롭게 하면서 그렇다고 남에게 방해도 주지 않는사람이 진짜 미인이 아닐까? 밤이 깊어가고 가로등불빛에 나무의 그림자가 심하게 흔들리는걸 보니 바람이 많이 부는가 보다 라일락 향기가 더욱 짙어지고 내 삶도 더욱 풍요로움을 느낀다. 낮의 우울했던 마음을 밤이 달래주고 있다. 자정을 넘기기전 이 시간, 너무 좋다. 짜릿함 마저 느낀다. 주전자의 물 끓는 소리가 적막을 깨지만 내 안의 깊은 고요는 깨지 못한다. 창문에 비치는 내 모습이 얼굴 윤곽만 보이는 것이 너무 멋지다. 방의 불을 끄고 모니터 불빛만으로 키보드를 치고 있다. 모니터의 밝은 불빛이 내 가슴속으로 빨려 들어오는듯 하다. 친구가 보내는 음악 메세지가 왔다고 폰에선 삐삐거린다. 그 친구도 나의 밤시간을 잘 활용한다. 이시간에 내가 안자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유일한 친구이다. 친구의 홀로 생활에 나 역시 끼어들때가 많지만. 그 친구도 지금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옆구리가 허전했던 지난 겨울을 그 친구는 잘도 견디었다. 주위의 유혹이 많았지만 자기의 생활에 이방인을 끌어들이는걸 싫어함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낸다. 서로 주고 받고. "너 아직도 안자니?" "너는?" "나야 원래 잠이 없잖니." "나도 그렇잖아." "우린 닮은데가 너무 많은데 넌 더블이고 난 싱글이고." "불공평하다 이거니?" "괜히 샘나잖아." "야 그래도 이렇게 잠 못자는것 보면 똑 같지 않니?" ............. 친구의 불면의 밤과 나의 불면의 밤이 만남을 가진다. 이밤이 깊어가도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없겠지. 나 혼자만의 시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