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내쉬면 코에서 뜨거운 열이 느껴질 정도로, 열이나고 머리가 어지럽고 목이 잔뜩 부어서 음식도 먹을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겨우 약국에 가서 약을 사다 먹고 누워 있는데,
"밥도 안해 놓고 누워만 있어?"
하며 퇴근하여 오는 신랑에게 몸이 아파서 도저히 밥 준비를 못하겟으니 혼자 알아서 해결좀 하라고 했더니,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며 요란하게 쿵! 쾅! 탁! 소리가 귀를 울리도록 하더니 겨우 반찬 몇가지 차려서 먹고는, 치우지도 않고 텔레비젼을 요리조리 돌려대더니 책상에 앉아서 뭔가 열심히 쓰기에 관심끄고 잠을 청하고 있는데,
"자! 받아!"
하며 깨우기에 뭔가 하고 보니까 임명장 하고 큰 글씨가 보이기에 뭔가 들여다 보다가 벌떡 일어나 버렸다.
임명장하고 그 아래에 직위 병찰이 성명 똑순이 그 아래줄에 위 사람은 하루 건너 자주 아프기만 해서 그 사람됨이 약골이라 병찰이로 임명함 그아래줄에 신랑 대장 똑남이 하고 써져 있었던 것이다.
어찌나 웃기고 서운 하던지 그후 결심을 하였다. 다시는 내가 아파서 누우는 일은 없을 거라고.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여년을 살았건만 감기가 올것 같으면 빨리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고 마구 힘을 내어 집안일등을 하며 이겨내어서 다시는 아프다고 누워서 신랑 밥 안차려준적이 없었다.
사실은 결혼전에 얼마나 잔병치례로 가족들과 어머니를 힘들게 했으면 결혼후 신랑에게 어머니께서 약골인 딸을 데려가 주어서 고맙다고 하셨을 정도였다.
친정 어머니나 오빠들처럼 내 이마를 짚어주고 걱정하며 병원에 데려갈 정도가 아니면 물수건 정도는 얹어주며 밤새 내 옆에 앉아 따뜻하게 간호해주기를 바랬었던 내게, 전혀 뜻밖의 무관심과 오히려 병찰이 임명장을 주는 신랑에게 다시는 어리광을 피우지 않겠다는 굳은 자존심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었던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