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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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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미나리 빵


BY boyaa0 2004-10-07

요즘도 난 반찬 밥얘기만 나오면 기죽는다.

진짜 오매 기죽어라다.

밥은 어느 정도 하지만 반찬은 영 아니다.

그러고 보니 8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그때만 해도 난 새댁이라 불렸는디...

 

친정에선

우리엄마 직장생활하는 딸이 안스러워 아침 안먹고

출근이라도 할려고 하면 우유와 빵을 바쳐들고 먹을때까지

따라다니셨다.

안먹으면 날 내보내지 않고 문을 막고 계시기에

우유라도 한잔 먹어야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지지만 그땐

엄마의 정성을 극성이라고 몰아 부쳤었다.

 

그러던 내가 시집살이를 시작하자

울 엄마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무식하게 씩씩한 나는 걱정이라곤 안되었다.

안되면 굶고 출근하지 뭐....

 

결혼하고 첫번째 맞는 일요일

푼수뎅이 반쪽이 신랑과 나는 점심을 한다고

찌짐을 좋아한다는 신랑을 위하여 미나리를 자그만치 3단을 사와 씻어 놓았다

찌짐을 한다고 신랑을 2층으로 올려 보내고 3판을 구워 불러 내렸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두꺼워 빵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억지로 한판을 먹고 난 신랑 왈

"자기야 내가 고맙게 한판 먹어 줬으니

엄마 오시기 전에 저거 다 버리면 안되겠냐?"

"왜"

"이것이 무슨 찌짐이니?

빵이제. 아니 빵도아닌것이여. 먹느라고 죽을뻔 했어"

"그래도 못버려"

"왜? 버리자 나는 더 이상 못먹어"

"안돼. 다먹어"

불쌍한 반쪽이 사정사정하여 더 먹이는것은 포기하고

버려줬다. 솔직이 나도 한점 먹어 보니 장난이 아닌데 누가 그빵을 먹으랴..

그 사건이후 나의 신랑

나에게 밥얻어 먹는것 포기하고 산다.

시엄니께"엄마 밥이 맛있어, 이사람 아무것도 시키지마.

엄마 설익은 밥에 빵안먹고 싶으시면"

영문도 모르는 시엄니

"빵? 나는 절대 빵안묵는다"

씩씩한 시엄니 여태까지 밥 해주신다.

빵안드시려고...

미나리빵 덕분에 난 밥과 반찬에서 해방되었지만

가끔씩 시엄니의 푸념을 듣는다

"나 저것(며느리인 나)한테 제사밥이라도 얻으먹을여는지 몰러"

"걱정마, 엄니 안되면 맞춰서라도 제사지내 드릴께"

"맞춤 음식 나는 싫다"

"그래도 워쩌, 내가 찌짐을 못굽는걸. 밥은 할께요 고것만은

양보하세요" 

"어이구 저물건 어쩌면 좋으냐"

히히 옆에서 시아버지 한마디 거들어 주신다

"나는 맞춤 음식 괜찮으니 내년부터라도

제사 음식 맞추어 봐라"

"뭐라고..." 애궂은 우리 아버님만 시엄니께

맨날 당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