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끄나풀을 벗어 던지고 가을 들녘에 서 있습니다. 어느새 산과 들녘과 호수엔 가을이 뚝뚝 묻어납니다. 구름사이로 옥색같은 가을 하늘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하늘이 시리도록 푸릅니다. 그 덕분에 구름까지 눈부신 솜털이 됩니다. 완연한 가을. 뭉게구름이 떠가는 높은 하늘도 그렇고, 산자락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결도 뺨을 살짝 스칩니다. 스친 듯 스치지 않은 듯이 시침을 떼지만 그 묘한 감촉을 한껏 즐깁니다 여기에 아직 짝을 찾지 못한 귀뚜라미가 얇은 날개를 부딪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더니 제 마음인양 가을저녁을 애잔하게 연출합니다. 푸르름으로 눈이 시리던 산은 오색단풍의 자태를 뽐내기 위해 한창 치장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도로변마다 가을의 전령인 코스모스가 긴 줄을 섰고 여름내 쏟아져 내린 물길 때문에 지쳐버릴대로 지쳐버린 들녘도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앙상한 알갱이에 조금이라도 살을 보태기 위해서 드넓은 가슴을 활짝 드러내놓고 있습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 무리는 들큰한 냄새를 풍기며 가을속으로 가을속으로 들어 갑니다. 과수원을 지나치면 달콤한 사과향이 풍겨 옵니다. 가을바람결을 타고 포도향도 진하게 풍겨오네요. 이렇게 이쁜 가을색과 가을냄새를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서 천천히 익힌 다음 어느 추운 겨울밤에 이미 져버린 가을날을 기억하며 말갛게 우러나온 가을 향기를 은은하게 맡고 싶습니다. 라디오에서 조수미가 부르는 동심초가 흐릅니다.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닮은 목소립니다. 가을이면 한번씩 듣게 되는 동심초도 오늘따라 가슴시리게 젖어 듭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옛 추억에 대한 향수가 다시 도집니다. 그래서 가을은 누구나 나그네가 되고 싶어 산으로,들로 발길을 돌리는지 모릅니다. <EMBED src="http://www.pangselove.com/asx/gagok-dongsimcho-asxIllIIlI.as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