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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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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고 말하지마.


BY 모모짱 2004-09-25

잔치가 끝나고 난후처럼 허전하다.

잔치를 잘 치루었건 잘못한 것이 많았건 허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어리고 시부모님과 시누이 시동생과 함께 살때에는 참으로

하루하루가 시끌벅적하고 힘이 들었다.

부엌에서 해방되기를 희망한적도 있었다.

그러나 많은 식구들에게 맛난 음식을 해먹이는 기쁨도 만만치 않았다.

나는 너무 화려한 세월들을 살았나보다.

 

그 당시에는 찾는 사람도 많았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귀찮을때도 많았다.

불러주는 사람도 많았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많았다.

사건도 많았다.

살아가는 과정에 불과했던 것인데 나날이 잔치집이려니 했다.

시간을 쪼개서 외출도 하고 식구들 치다꺼리도 하고 정신없이 보낸

세월들이 어느새 뒷켠으로 물러갔다.

어느새....

정말 어느새...


처음부터 혼자의 시간이 길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삽시간에 모두들 떠나갔다.

돌아보니 갑자기 혼자가 되었다.

아무도 이제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준비를 했어야 했다.

왜 아무런 준비가 없었을까...

이런 시간에 당황한다.

사람에 시달려온 사람은 사람이 그립기 마련이다.

나를 귀찮게 했던 사람들이 그립다.

이제 그들을 맞이할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건강이나 경제력 모두가 옛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 없이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순에 접한다.

무슨 결실을 바랬던걸까...

무슨 성과를 바랬던걸까...

모든 것은 흘러갈뿐이다.

그것을 처음부터 왜 알지를 못했던걸까...

후회막심이다.

이렇게 흘러간후에 우리도 앞서간 사람들을 따라가야 한다.


그러나 의연해야한다.

아무 내색도 하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그정도는 해야한다.

품위있게 늙어가야 한다.

말 한마디도 아껴야 한다.

잘못하면 주책맞은 늙은이로 몰린다.

품위있게 우아하게 늙는다는 커다란 과제가 남아 있다.

우리는 자신의 품위유지에 노력해야 하는 나이가 되어 있다.

잘 늙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외롭다는 사치한 이야길랑 말아야 한다.

인간은 처음부터 혼자인 것이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음에 불구하고 잠시 잠깐 혼자가 아닌것처럼

착각의 시간들이 있었다.

그 시간들에 도취해 있던 자신을 반성한다. 

이제 제 자리에 돌아온 것 뿐이다.

나는 내 자리에 그들은 그들 자리에 다 각자의 자리에 있다.

처음부터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루종일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보며 무엇을 기다리는지 모르는

막연한 기다림을 가져보던 시간들도 이제 멀리 하기로 한다.

어느 누가 어느 무엇이 이 빈공간을 채울수 있단 말인가...

나 자신이 채우기로 한다.

이제는 홀로의 자세에 충실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