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형식/
"엄마, 엄마랑 아빠랑 어떻게 공주님하고 왕자님이 되었는지 또 얘기해줘요. 응?"
다섯 살 명아는 텔레비젼에서 만화방송이 끝난는지 장식장 위에 있는 엄마아빠 결혼사진을 들고는 저녁준비에 바쁜 엄마치마을 잡아끕니다.
"또?"
"응, 또...엄마, 아잉...빨랑요, 빨랑."
어깨를 귀엽게 흔들며 코맹맹이 소리를 하는 명아를 떼놓지 못하고 하는 수 없이 젖은손을 앞치마에 쓱쓱 문지르고 명아를 무릎에 앉혔습니다.
쫙 퍼지는 드레스와 올린머리위에 쓴 구슬박힌 왕관때문에 명아는 엄마가 공주님처럼 보이나 봅니다.
"옛날, 옛날에 작은마을엔 꼬맹이 공주가 살았단다. 엄마, 아빠, 언니오빠 그리고 동생까지 있는 꼬맹이는 남부러운 것 없이 행복했지......."
"남부러운 것이 뭔데?"
명아는 이해못하는 단어나 낱말이 나오면 꼭꼭 묻는 버릇이 있습니다.
"음, 남부러운 것 없다는 뜻은...모자람 없이 다 있고 좋다는 뜻이야."
"응, 알것같아. 계속...계속...얼릉 엄마."
"그런데 꼬맹이가 점점 자라서 아가씨가 되었는데 작은 마을에서 한번도 이사를 안갔기 때문에 더 큰 마을과 나라가 궁금해졌단다. 그래서 매일매일 하던 집안일도 안하고 놀러만 다닌거야. 백화점도 가보고, 놀이공원도 가고...비행기타고 아주 먼 나라도 여행하고 그랬단다.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아지자 엄마,아빠,언니,오빠는 걱정을 하게됐지."
"엄마, 그부분은 재미 없으니까 심부름 많이 시키는거로 넘어가요."
내용도 다 알면서 자꾸 해달라는 명아가 귀여워서 엄마얼굴엔 웃음이 가득합니다.
"알았어...식구들은 꼬맹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심부름과 할일을 계속 시켰단다. 엄마는 청소해라, 빨래해라, 밥해라...아빠는 어깨주물러라, 마당쓸어라, 강아지 목욕시켜라...식구들마다 꼬맹이가 밖에 나가려고 예쁘게 차려입으면 심부름을 시켜서 꼼짝못하게 했지. 그렇게 며칠 계속하다 보니까 손도 거칠어지고, 얼굴도 마른 것 같고, 머리카락도 힘이 없어 보였단다. 그래서 식구들이 저녁상에 둘러 앉아 밥을 먹을때 몰래 밖으로 나왔단다. 이웃마을에서는 벚꽃축제가 한창이었어. 예쁜벚꽃이 하얀 눈처럼 내리는 거리를 걷는데 어디선가 신나는 음악이 흐르는거야.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어. 꼬맹이도 사람들 틈에 끼어 춤을 추었단다. 그런데 시간이 자꾸자꾸 흐르자 엄마아빠한테 혼날 생각이 떠오른거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집으로 가려는데 저쪽에서 왕자님처럼 씩씩하고 키가큰 아저씨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같이 춤을 추자면서 손을 잡았어......"
이야기를 하던 엄마가 갑자기 멈춥니다. 명아는 어느새 엄마무릎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후훗...신발 잃어버린 것 까지 안가도 되겠네.'
명아를 번쩍안아 거실 쇼파에 뉘고는 엄마는 저녁준비를 하러 다시 부엌으로 갔습니다.
"어? 우리 공주님 자고 있잖아."
아빠는 퇴근하고 오자마자 명아부터 챙깁니다.
"응, 우리 결혼한 이야기 또 해달라고 해서 해줬더니 듣다가 자는거야."
"으이그! 당신은 그 이야기 또 했어? 무슨 자랑이라고."
"자꾸 해달라는데 어떻게 해, 그럼."
"그러다가 명아가 나중에 커서 사실을 알게 되면 실망하라고?"
손을씻고 나오면서 아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합니다.
"뭐, 어때서 그래. 그 때 되면 공주왕자 이야기 보다 더 흥미끌 일들이 많을거야."
"그래도 그렇지. 춤추는 나이트 클럽에서 만나서 집에 빨리 들여보내기 싫어서 당신 술 많이 취한 것도 모르고 밤거리를 걷다가 구두한짝 잃어버리고 내가 힘들게 업어서 당신집에 데려다 주고는 장인장모님, 형님한테 엄청 꾸지람 맞은 일 생각하면 내가 지금도 식은땀이 쫙 흘러...하하하...하하하...그런 걸 딸내미한테 신데렐라처럼 꾸며서 이야기 해주는 당신...정말...너무하다는 생각 안들어?"
아빠는 된장찌게을 뜨며 큰목소리로 말합니다.
"쉿! 명아, 깬 거 같아."
엄마는 눈을 찡긋하며 눈을 비비며 식탁쪽으로 걸어오는 명아를 번쩍 안습니다.
"명아야, 잘잤어? 명아야, 아빠가 자꾸자꾸 엄마가 공주님이 아니라고 하는데, 엄마 공주 맞지?"
명아는 덜 깬 얼굴로 고개를 연신 끄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