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를 임신하고 배가 불렀을때 나는 느닷없이 영화가 보고 싶었다.
결혼하고 한번도 영화를 본적이 없었다.
토요일.
남편을 졸랐다.
바쁘단다.
그럴 시간이 없단다.
시무룩해졌다.
시동생이 그걸 엿들었다.
시동생이 데이트를 신청해왔다.
'형수님. 오랫만에 명동에 나오실래요?'
꿩대신 닭이라고 나는 그런대로 신이 났다.
임신 칠개월의 부른 배가 보이지 않게 옷을 골라 입느라고 애를 먹었다.
무얼 입어도 배는 감추어지지 않는다.
겨울이었다.
미도파앞 뉴욕제과에서 만나기로 했다.
시간이 좀 일러서 명동을 먼저 한바퀴 돌았다.
거기서 남편을 만나게 될줄이야...
남편은 어떤 여자와 다정히 이야기를 하며 걸어 오고 있었다.
바쁘기는커녕 한가롭게만 보였다.
내가 옆을 지나치는것도 몰랐다.
나는 갑자기 나의 부른 배가 챙피해졌다.
그여자는 날씬했다.
망서리는동안 남편과 그여자는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돌아가 남편은 불렀다.
남편은 나를 돌아다보고 놀랐다.
'우리 직원이야. 점심 먹으러 가는 길이야.'
남편은 여자를 소개했다.
나도 인사를 했다.
나는 시동생과 만나는 자리에 가야한다고 말하며 돌아섰다.
남편과 여자도 따라왔다.
뉴욕제과에서 넷이서 앉았다.
시동생은 어리둥절해 했다.
나는 단팥죽을 시켰다.
모두 단팥죽을 시켰다.
남편은 단팥죽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단팥죽을 시켰다.
우리는 그날 넷이서 점심을 단팥죽으로 먹은 셈이다.
남편은 회사로 돌아가야 한단다.
한시간후에 나올테니 다시 만나잔다.
시동생을 보내고 남편과 한시간후에 만나서 영화를 보았다.
울며 겨자먹기로 본 영화는 러브스토리였다.
마음이 마음인지라 영화가 재미없었다.
남들은 재미있다는 영화가 하나도 재미없었다.
러브스토리에 얽힌 스토리는 재미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