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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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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행문.


BY 모모짱 2004-09-21

 

나의 친한 친구들은 어학전공이었다.

어학전공인 학생들은 여름에 방언연구를 떠난다.

벽촌을 찾아가서 방언을 연구한다나...

졸업논문을 쓰기 위함이란다..

나는 졸업작품으로 소설을 한편 겨우 끝내고 이인직의

신소설에대한 논문만 쓰면 된다.

 

샘이 났다.

서울역에 배웅을 나갔다.

친구들은 원하지 않았지만 나는 굳이 배웅을 나가겠다고

우겼다.

'잘 갔다와.'

첫코스는 일단 천안역에서 내린단다.

'천안역에서 기다려. 내가 집에 가서 준비하고 천안으로

갈테니까.'

 

이렇게해서 내가 그들과 합세를 하게 되었다.

문학전공이어도 방언은 알아야 하는거라고 박박

우기는데는 친구들이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엄마의 만류에도 상관없이 나는 급히 짐을 싸서 그들을

찾아 천안으로 갔다.

마지막 기차를 타고 천안역에 내리니 모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원생인 선배도 있었다.

교수님 대신 대학원생인 선배가 우리를 인도했다.

 

나는 순전히 불청객이었다.

충청도 양반이라는 후배 남학생과 여행내내 튀걱거리던

생각도 난다.

날더러 한국식 예의범절을 모른단다.

남학생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내앞에 있는 성냥을

달랜다.

나는 성냥을 던져주었다.

'여자가 남자한테 물건을 던져주다니...'

이렇게해서 나와 그 후배랑 싸움이 시작된것 같다.

 

경상도 어디 학마을을 찾아 갈때는 참 많이도 걸었다.

시골사람들은 길을 물어보면 다 왔다고 말한다.

한참을 가다가 또 물어보아도 다 왔다고 말한다.

이상한 일이다.

갓을 쓴 할아버지에게 목례로 인사를 했다가 혼이 난적도

있었다.

길에서 엎드려 절을 하란다.

 

충청도 아이는 잘도 했다.

학이 머리위에 똥을 싸면 시집을 못간다나...

그런 이야기도 있는 학이 많은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굿판을 구경하던 일...

나는 가는 곳마다 말썽이었다.

그래도 재미나 죽겠다.

공부는 무슨 공부...

녹음도 하고 필기도 하는 학구적인 친구들앞에서 나는 날나리였다.

나는 나대로 그렇게 신기할수가 없었다.

길바닥에 앉아서 빵조각으로 허기를 때울때는 슬프기도 했지만

나는 쫓아오길 잘했다고 연신 조잘댔다.

 

아무도 네가 오길 잘 했다고 말해주진 않았지만...

해인사 계곡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보낸 하룻밤은 잊을수가 없다.

계곡에 나가서 소리치다가 충청도 남학생와 또 싸웠다.

여자가 밤에 나와서 소리지른다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이 나의 활기찬 청춘의 마지막

여행길이었다.

 

마지막 코스는 마산에 있는 친구집에 가기로 했는데 배가

암초에 걸려서 여섯시간을  바다위에서 떠돌았다.

바다위에서 여섯시간동안 조바심이 난 친구들은 배멀미를 했지만

나는 배멀미도 하지 않았다.

언제고 배가 움직일수 있으리라...

 

돌아와서 방언에 대한 논문을 쓰는 친구들 옆에서 나는

기행문을 썼다.

나의 기나긴 기행문은 언제 끝이 날것인가.

나는 지금도 기나긴 기행문을 쓰고 있다.

나의 삶은 기행문일뿐이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기나긴 여행중이기 때문이다.

언제고 배가 움직이리라 믿었던 그 마음으로 나는 여행을

하고 있다.

 

지금은 암초에 걸렸을 뿐이다.

예고없이 그리고 재수 없이...

기행문이 끝나면 마침표를 찍은후에

진짜 내 삶을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