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일학년인 아들이 여자친구를 소개하겠다고 엄마 좀
나오란다.
처음으로 아들의 여자친구를 만나던 날 나는 흥분해서
과히 야하지 않게 너무 품위있지 않게 적당한 모양세로 나가느라고
참 애먹었던 경험이 있다.
미도파 칠층인가 팔층 어느 양식점...
왜 하필이면 백화점 일까...
아들이 데리고 나온 아이는 아들보다 나이가 들어 보였다.
그 아이는 첫마디가 이랬다. 내 아들을 향해...
'어머니가 이렇게 미인이라는 말을 왜 안한거지?'
뭐라할까...
상당히 능숙한 아이라는 느낌이었다.
공부만 하던 아이가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사귄 것이다.
'엄마 첫 만남의 기념으로 선물하나 사주세요.'
아들이 내귀에 속삭였다.
아... 그래서 백화점 음식점을 택했구나....
나는 아들에게 등이 떠밀려 울며 겨자먹는 식으로
그아이의 귀걸이를 하나 사주었다.
지금도 기억한다.
그 귀걸이의 단순하고 이쁜 모양이...
날카로운 그 여자아이의 인상과 아주 잘 어울리는 그런
귀걸이를 사줄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아들은 몰고 갔다.
나는 찝찝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오고 아들과 그아이는
팔짱을 끼고 사라졌다.
벌써 십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에게 물었다.
'너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더라.'
'응. 선배야. 졸업반.'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겨우 한다는 내말이
'아빠가 아시면 반대 하시겠다.'
고작 그 말이었다.
'아빠한테는 엄마가 적당히 말씀하세요.나이 좀 줄이든가...'
와....이건 완전히 엄마는 당연히 자기편인줄 안다.
아니라고 말했다가는 구세대 엄마로 낙인될 그런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아이는 우리 집으로 놀러오기도 하고 내게도 참
잘했다.
두살이나 세살의 차이가 무어라고 나는 우습게도 남편에게
세살 연상을 두살 연상이라고 말했었다.
'그래?'
의외로 남편의 반응은 놀라지도 않았다.
그냥 세살위라고 말할껄...
이년동안 가족처럼 지냈다.
남편은 그 아이의 지혜로움과 넉넉함을 좋아하였다.
졸업후 취직을 할때도 많은 조언을 해주었던 남편...
그아이는 사회생활도 잘해 나갔다.
아들이 대학 삼학년에...
그 아이가 시집을 간댔다.
나의 며느리가 아닌 다른 집에 며느리로 들어간댔다.
시집을 가서 남편과 유학을 떠난단다.
술을 잘하지 못하는 아들이 술이 취해 돌아왔다.
아들이 울었다.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나도 가슴이 미어졌다.
아들을 보고 있던 남편이 다음날 술이 취해 돌아왔다.
남편은 자기의 첫사랑의 배신을 아들에게 이야기하며
밤늦도록 아들을 위로하였다.
'다음에 진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라.
아빠는 엄마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다.'
남편은 그렇게 아들에게 말했다.
그 마지막 말만 안했더라면 그날밤 나는 돌아누워서 잘
계획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