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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01

베토벤.


BY 모모짱 2004-09-11

 

야... 신난다....

남편이 아이들 데리고 수영장 가잔다.

내 나이 삽십대 초반.

아이들은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여름방학이었다.

전날부터 준비에 분주했다.

시누이네 아이들도 와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모두 다섯명이었다.

우리 부부까지 하면 일곱명이 수영장에 간다.

 

나는 수영복도 새로 샀다.

하루 코스지만 갖출건 다 갖추어야 하니까.

김밥도 넉넉히 싸고 아침 일찍부터 내가 더 들떠 있었다.

나는 날개같은 원피스 차림에 속에다 수영복을 집에서부터 입었다.

어제 이쁜 모자도 하나 샀다.

아이들도 안에다 수영복을 입히고 우리는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그당시 차를 산지가 얼마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가면서 차에서 들을 테이프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 테이프로

준비했다.

차에 탄 남편이 갑자기 '테이프가 뭐 이래?'했다.

 

삼년전에 남편이 유럽 여행에서 사왔던 베토벤 곡을 가지고 오랜다.

나는 테이프를 가지러 집으로 급히 들어갔다.

그런데 배토벤 테이프가 보이질 않았다.

남편의 급한 성격을 아는지라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급히 찾으니 더 못 찾겠다.

남편이 소리를 지른다.

'하나라도 가지고 와. 베토벤 운명도 없어? '

운명이고 뭐고 하필이면 애들하고 수영장가는데 베토벤이람...

남편은 집으로 들어오며

'정리를 하고 살아야지. 여자가 그런것도 챙겨둘 줄 모르고 뭐 하는거야. '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될수밖에...

'그거 꼭 들어야해요...?'

목소리가 개미소리만큼 작아졌다.

'우리 갔다 올 동안에 다 찾아놔.'

화가 많이 났다.

 

그래서 나는 그 놀이에서 떨구어졌다.

왕따가 된것이다.

속에 수영복을 입고 챙넓은 모자까지 쓴 나를 남겨두고 차는 시동을 걸었다.

아이들이 엄마 빨리 타 하는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남편의 목소리...

'엄마는 안간대.'

내가 언제 안간다고 했나...눈물이 핑 돌았다.

나도 가고 싶은데...어릴적 친구오빠였던 남편에게서 배운 개구리 수영솜씨를

오랫만에 보여주고 싶었는데...

김밥은 괜히 다 보냈네. 이럴줄 알았으면 쪼꼼 냄길껄...

아이들 다섯을 데리고 고생 좀 해보라지...

 

콩쥐는 집에 남고 팥쥐와 계모만 잔치에 간것 같았다.

차가 떠난후 베토벤 테잎을 찾았다.

찾아서 탁자 한가운데 놓고 나는 외출을 했다.

토쿄호텔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자르고 소공동 미조리에 가서 혼자 생선 초밥도

먹고 중앙극장에 가서 영화도 한편보고 미도파 백화점에 가서 옷도 한벌 샀다.

친구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해질무렵까지 기다리려니 시간이 왜 그리 안가던지...

 

내가 먼저 들어가는 일은 하지않으려고 명동거리를 걷다가 돌아가니 남편의 차가

대문앞에 있었다.

'머리가 이쁜데...어디서 잘랐어? 동네 머리는 아닌데?'

나를 두고 떠난것이 미안한 모양이다.

'토쿄호텔.'

'거바. 내가 뭐랬어. 꼭 거기서 자르라고 했쟎아. 역시 다르잖아. 잘했어.'

'옷도 샀어.'

'잘했어.'

'베토벤도 찾았어.'

대답이 없다. 잘했어 하지를 않는다.

 

그후론 나는 베토벤이라면 피한다.

지금 그가 베토벤을 틀으라고 하면 간이 커져서 싫다고 한다.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찾집을 튼다.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 귀절이 내 마음과 어찌 그리 같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