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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4년만에 잡은 후배녀석2


BY 제이디 2004-09-10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난 다시 복학해서, 새로운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려 했다.

주위에 친구들 모두 졸업생이고, 친했던 친구들은 나보다 늦게 휴학해 아직 복학전이었다.

예비역들 사이에서 복학생이라고 앉아 공부하려니 막막하기도 했고, 이젠 잘해보자라는 다짐도 생겼다.

나 혼자 여자에, 예비역들이라 눈도 낮아서 그런지, 그 한학기 사이에 내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 사람들이 세명이나 됐다.

사귈 생각도 없었는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사귀어야 하는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 녀석을 잊을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들고...

세명 중 나를 그나마 편하게 대해줬던 사람과 일단 만나보기로 했다.

 

그리고, 난 그 녀석에게 편지를 썼다.

"나 너 정말 많이 좋아했었는데, 그거 아니? 나..사귀는 사람이 생겼어.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이야."라는 내용을 담아 보냈다.

그 편지를 보내고 나면, 내겐 미련이 안남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내 마음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결국 그 사람과는 오래가지 못했고, 가끔 후배녀석들에게 그 녀석이 휴가 나왔다 들어갔다거나 외박나와서 만났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 날은 하루종일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그렇게 또 시간은 흘러, 나는 취직을 해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직장에서는 야근이 잦아 그녀석을 생각하며 마음이 허전할 여유가 없었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거 같고, 친한 후배여자애를 만나서는 그 녀석을 좋아했었다는 얘기도 할수 있었다.

 

1년간의 직장생활, 너무도 지친 생활이었다.

반이상은 야근에, 직장상사는 정신병이 있는 것처럼, 보고서에 글자크기와 글자모양도 자기맘에 안들면 그 자리에서 찢기 일쑤였다.

견디다 못해, 난 다시 모교대학원에 진학, 직장생활에서 지친 마음을 쉬게 하고, 하고 싶었던 공부를 더 하고 싶었다.

시기가 그렇게 맞게 된것인지, 운명인것인지,

그 녀석은 내가 대학원에 진학했을때, 제대를 하고 복학을 했다.

 

학교로 돌아가 다시 찾은 동아리방..

그 녀석을 다시 만났을때는, 어색할거라는 걱정도 됐었지만, 다행히 둘다 편한 웃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잘 지내세요? 그 분하고는 계속 잘 지내시구요?"

"헤어진게 언젠데 물어~ 잘 지내지~ 너도 더 건강해 보이네"

그 녀석은 더욱 남자가 되어있었다.

말랐던 체격에서 단단해진 근육들로 체격있고 살도 적당히 찐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난 정말 사랑을 했던가보다..

다시 만난 그 녀석을 이젠 현실적인 면에서 좋아하기 시작했다.

제대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컴퓨터 부품을 사서 조립해서 쓴다는 것도 맘에 들고, 혼자 독학해서, MS-OFFICE나 다른 프로그램을 익히고 있다는 것도 멋지고,

이젠 공부열심히 해야 한다며 도서관에 자주 가는 모습도 너무 좋아보였다.

"이 녀석이면, 정말 함께 살아도 힘들지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도 하고, 마냥 좋았던 예전하고는 다르게 이것저것 재기도 하는 내 모습에 웃음도 났었다.

내가 보기엔, 그 녀석도 나를 싫어하는것 같진 않았다. 여자로서 좋아하느냐가 문제였지만..후후

 

그러던 어느날, 후배여자애와 같이 동아리방에서 각자의 숙제에 여념이 없을때, 그 여자애가 말을 걸어왔다.

"언니, 내가 누굴 좋아하는데요..."라고 시작됐던 대화는 숙제는 뒷전이고 서로 진지하게 상담해 주고 있었다.

처음엔, 내가 상담자였는데, 나중엔 그 애가 상담자가 됐다.

"언니, 걔도 좋아하는거 같애요. 나는 예전에 언니랑 걔랑 사귀는줄 알았어요. 동아리 사람들 다 그렇게 알고 있었을걸요?"

뜻밖의 말.. 알고 보니, 우리 둘만 모르고, 동아리 사람들은 둘 행동을 보며, 이 얘기 저 얘기가 오갔던 모양이다.

"언니, 이번엔 확실히 고백해봐요!! 잘될거같아요. 난 걔랑 언니랑 잘 됐음 좋겠어요"

 

그래! 좋아!! 고백해보는거야. 한번 해보는거야.

그런 생각과 그 후배애의 도움으로 우리 둘을 포함하여 몇명을 더 포함한 술자리 약속을 잡았다.

5월 4일 학교 앞에서 술한잔하자는 약속을 뒤로 하고, 기대반에 난 그날의 아르바이트길로 향했다.

대학원 수업과 숙제, 꽉찬 아르바이트로 인해, 난 3일동안 잠을 거의 안잔 상태였다. 그게 화근이었을까? 아빠차를 빌려 아르바이트로 향했던 나는,

첫번째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두번째 아르바이트 길로 향하던 중, 전봇대에 차를 박는 졸음운전 교통사고를 냈다.

아빠차는 폐차해야 할 정도로 찌그러졌지만, 다행히, 난 오른쪽 다리는 금이 가고, 왼쪽 다리는 두군데가 부러지고, 얼굴은 시간이 지나면 낫는 간단한 외상만 났다.

"내일 고백하기로 했는데...." 사고가 난 후 들었던 생각이었다.

 

다음날 약속을 취소한다는 내 연락을 받고, 오지말라고 했거늘, 응급실로 달려온 후배들..

그 녀석이 볼까 챙피해서, 나는 그만 빨리 나가라고 소리를 쳤다.

그리고선 병원에서 정신없는 첫날을 보내고, 둘째날 밤..

왠지 이대로 그냥 보낼수는 없다고 생각한 나는, 두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는 상태에서 일을 저질러버렸다.

고백!!!!!!

그 녀석에게 전화해서 고백을 해버렸던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