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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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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4년만에 잡은 후배녀석3


BY 제이디 2004-09-10

"제가 군에 들어가기전에 연락드렸을때, 아침에 눈떴을때, 누나를 안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났었어요.

그래서 너무 놀라 누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막상 안았었냐고 못물어보겠더라구요.

그리고선 군에 들어가고 나니, 누나 생각이 많이 났었어요. 내가 누나를 좋아했었구나..란걸 알았죠.

그때쯤, 누나 편지를 받았어요. 이젠 다른 사람을 만났지만, 날 좋아했었다는 누나글이 너무 좋아서,

그 편지를 몇일 내내 군복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그 글귀만 읽고 또 읽고 그랬었어요.

그리고, 제 마음은 그때 정리했어요.

그래서, 이젠 전 아닌거 같아요."

 

또 슬펐다.. 어쩜 이리도 안맞는지... 알았다고 말하고선 끊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가 나는거다. 왜 화가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화가 나서 난 다시 전화를 걸었다.

"너! 너 어쩜 그렇니? 그럼, 제대로 그때 말을 했었어야지!! 넌 기억 못한다고 생각하고 나는 그렇게 편지를 보낸거자나.

어쩜 넌 나한테 그렇게 대하고, 그렇게 간단하게 정리가 되던?

너! 내말 듣고 있는거야?"

"아..네..지금 무릎꿇고 듣고 있어요 누나.."

"아닌거 같다는건 머야? 확실히 아니라는거야?"

"확실히 말하라면.. 잘 모르겠어요. 조금 누나 말 듣고 놀라서요.."

"그럼, 넌 내가 싫은건 아니니까 가능성은 있는거자나 그치?"

"그렇다고 할수 있죠"

"그러면 난 내 감정이 가는대로 할께. 너한테 내가 좋은 만큼 할거야. 대신에, 나 바보되긴 싫으니까, 네가 부담스럽거나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나한테 알려조. 알았지? 그리고, 내일 네 동기들 온다고 했는데, 넌 오지마. 챙피하거든. "

"네..네.."

"그럼, 잘 자.."

"네. 누나도 안녕히 주무세요"

 

나를 좋아하지 않는건 아니고, 좋아하는건 모르겠다고 하는 반응에 안심이 됐다.

이제부턴 내가 하기에 달린거라는 생각에, 부담을 갖지 않게 하고, 내 마음을 전달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봤자, 병원에 누워있는 신세다 보니, 뾰족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식으로 쓴 편지..

하루에 10줄 정도 되는 일상대화식의 편지를 몇건씩 쓴건데, 그녀석에게 존대말로 썼다.

"오늘은 비가 오네요. 간만에 시원스럽게 내리는 비를 본거 같아요. 창밖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경쾌하게 들리는거 있죠.

이런날엔 가끔은 비맞으며 걷고 싶은데, 당신도 그런가요?..." 이런 식으로 말이다.

 

편지 전달방법은 그 여자후배애를 통해서 1주일에 한번씩 한달을 보냈고, 그 다음엔 2주에 한번정도씩 또 한달을 우편으로 보냈다.

그래도, 그녀석...답장 한번 보내지 않는거였다. 문자로만 한번 답이 왔다. "편지 잘 받았습니다. 기분 좋은 편지였어요"

두달반이 지나고 나니, 조금씩 나도 지치기 시작했다.

후배여자애에게서 듣는 소식은, 그 녀석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시간도 많은 모양인데, 내겐 그 시간 나눠주질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식구들끼리 제부도에 갔을때다.

한쪽 다리가 아직 기브스상태인 나는, 그녀석을 이젠 놔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선 문자를 보냈다. "넌 내가 연락하기전엔 절대 연락안하는구나"

 

그런데, 그날 저녁...

전화가 왔다. 그녀석이었다. "누나 지금 통화 되세요?"로 시작된 그녀석..

무슨 얘기를 했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한가지 기억나는건 2시간을 통화했던거다.

그리고선 그 주 주말 동아리 선배 오빠와 여럿 후배들과 만날 약속을 전달 받았다. 중간지점에서 자신하고 만나 같이 가자는 말과 함께.

난 목발을 짚고 나가야 했기 때문에, 혼자 가기는 버거웠으니까...

 

그날 술자리에선 그녀석, 또 많이 취했다.

난 술을 마실수 없었고, 취한 그녀석을 지켜보게 됐다.

술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방으로 가던중, 그 녀석이 날 부축해줬다. 그리고선 내게 말했다.

"책임져요. 가져간 내 마음.. 내 마음을 가져갔자나요.."

놀라고 좋으면서도, 또 걱정이 됐다. 이녀석..또 기억을 못하면 어쩌지...

노래방에서도 나와 집으로 가는데, 중간지점까지 그녀석이 함께 왔다.

둘만 남았을때,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싶지만, 너무 늦어 그러기가 어렵다며 조심해서 가라는 인사를 내게 건넸다.

그 말에도 기분이 좋았던 나는, 혹시나 아까 했던 말을 기억못할것 같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자려는데, 그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누나 잘 도착했어요? 저는 이제 버스 하나 타면 집에 가요. 제가 아까 누나한테 실수한거 없죠?"

또 시작이다..이녀석... 또 기억을 못하나보다...에효..

"실수한거 없어. 집에 잘가"

체념하는 내게 그녀석이 이렇게 건넸다.

"누나. 제가 누나한테 머라고 했던간에, 다 진실이예요. 누나가 보고싶었어요. 오늘 봐서 참 좋았어요.

누나 편지가 기다려졌었어요."

난 입을 손으로 가린채 소리죽여 울었다.

너무 행복해서 울었다.

"너무 늦었으니, 내일 다시 연락드릴께요. 안녕히 주무세요"

우리 사랑.. 이렇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