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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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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효자손 이려니..


BY 그린미 2004-09-08

 

다른날 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든 남편은 자면서 계속 무언가를 웅얼 거리는것 같기도 하고 때때로 신음 비슷한 앓는 소리도 토해냈다.

 

몇년전에 대수술 받은 악몽이 되살아나서 항상 칼날 위를 걷는것 같이 불안했는데

낌새가 이상해서 흔들어 깨워보니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당신, 왜 그래요?.어디 불편해요?"

혹여 불편하다는 소리라도 터져 나올까봐 조마조마 하는 심정으로 남편을 다구쳤다.

"아니,...........그런데 자네 왜 그래?........자는 사람 깨워 놓고......."

오히려 나를 타박하는 걸 보니 맘이 놓였다.

 

여간해서 밖에서 생긴 머리 아픈 얘기 쏟아놓는 사람이 아니어서 난 항상 남편의 입이 궁금했다.

안에서는 바깥일을 일체 모른척 하라는 주문을 익히 들어온 나 이지만 요즘들어서 쨤쨤이

남편은 바깥일을 조금씩 흘리고 있었다.

 

역시 모르고 있는게 배짱은 편했지만 혼자 속앓이 할 남편의 맘을 헤아려 보니

역시 백짓장도 맞 드는게 낫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다.

 

별일 아니라고 어물쩡 넘어가는 남편의 거동에 측은지심이 발동을 했다.

다시 눈 붙힐려고 자리에 누운 남편의 다리를 주물러 주었더니 참으로 좋아한다

이렇게 좋아하는걸 난 지금껏 한번도 해 준적이 없었다.

 

"당신,,,,, 나 없으면 어떡해요?"

은근히 공 치사 하면서 남편의 동정을 살폈다.

"난,...자네 없으면.........죽어......죽는다고......"

 

지은죄 없이 갑자기 전기에 감전된것 같이 열손가락 끝이 바르르 떨렸다.

남편의 진솔한 감정이 두마디에 합축되어 실려 있음을 스무해를 넘게 살아온 직감으로 느낄수 있었다.

갑자기 다리를 만져주는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언제나 태산 같은 무게로 항상 가족을 품안에 안고 있는 남편의 또다른 면모가 요즘은 자주 눈에 띈다

갈수록 나와 아이들에게 의지하는 약한 모습이 전에 없이 겉으로 노출이 되었다.

 

가진거 없이 나이는 들어가고 부빌 언덕이라고는 아내와 아이들 뿐이라는 게 남편에게는 그나마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이제 몇년후면 내 아이들도 하나둘 제 갈길 가기 위해서 딱지 떨어지듯 그렇게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갈 것이다

남아있는 두사람,,,,나와 그리고 그이........

 

하늘아래 부비고 부대껴 줄 단 한사람 아내와 남편의 자리가 너무 소중하다.

서로 지켜주고 보듬어 줄 손길은 한사람으로 족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비어있는 자리 채우기 보다는

채워져 있는 자리 비어지지 말기를 난 매일 매일 빌고 있다.

 

난, 언제까지나 그에게 효자손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