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앞 숲 속에서 아침부터 까치가 울어대더니 뜬금없이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요즘 엄마 꿈에 안보이셔? 난 연속 나흘째 꿈에서 뵜는데... 순간 가슴이 척 내려 앉는다. 늘 내겐 안 오시는 엄마가 꼭 여동생 꿈에만 나타나시는 게 못내 마음에 걸린다. 엄마 생전에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이다. 성질 더러운 큰딸보단 더 사근사근한 막내가 늘 말동무였으니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좀 서운하다. 아니 솔직히 가슴이 아프다. 드릴 말씀은 내가 훨씬 더 많은데... 꿈길에서라도 용서를 구하고 싶은데... 엄마 가신 후 일년 넘도록 거의 밤마다 수건으로 입 틀어 막고 통곡을 했었다. 건강하셨을 적에 '나 죽거든 화장해달라'시던 말씀을 난 도저히 따를 수 없었다. 막무가내로 묘를 쓰겠다는 여동생에게 오빠들도 양보를 하셨다. 산소에라도 가서 빌어야만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엄마 생각 나면 아무 때라도 달려가야 할 것 같아서 내 고집대로 해 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산소로 향했다. 도저히 그대로는 하루를 보낼 수 없을 것 같아서... 하얀 국화를 사려했는데 못하고 마음만 급해 달리는 동안 역시나 어쩔 수 없이 흘러 내리는 눈물... 엄만 늘 어쩌다 잊을만하면 꿈에 한 번씩 나타나셨다. 거의 한 달에 한 번 정도여서 난 본능적으로 딸년 보고싶은 엄마의 부르심이 아닐까 생각되어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오는 걸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아무런 말씀도 없으신 엄마... 엄마... 또 내가 보고싶어 그러시는거야... 너무나 불효를 많이 한 내게 엄마 산소 앞에서 가슴 아파하며 눈물이라도 흘리라고 그러시는거야... 엄마니깐 다 이해할 수 있지? 내 속 마음까지 그러진 않았단 거 다 이해해주는거지?? 어린아이처럼 혼자서 칭얼대듯 엄마와 얘길 하고 돌아 내려오는 길... 생전엔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손짓하며 서 계셨는데... 자꾸만 돌아다 보아도 텅 빈 공간에 바람만 휘잉 지나간다... 어리석게도... 그렇게 가셔버릴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엄마랑 다정하게 지내볼걸... 사는 게 바빠 내 일이 바쁘단 핑계로 내겐 너무나 소중하신 엄마께 소홀히 대해드렸단 죄책감에 한동안 많이 아파해야 했다. 마흔 다섯 생일때까지 이른 새벽에 딸년을 위해 시루떡 앉혀두시고 정성드려 축수하시던 엄마... 그런 지극정성 덕택에 난 무난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어의심치 않지만 어디 자식이 그 은공의 십분의 일이라도 해 드릴 수 있다던가... 이십여 년을 홀로 노년기를 보내신 엄마를 바라 보면서 단 한 번도 여자로서의 엄마 인생을 생각해 본 적 없는 이기적인 딸... 어째서 돌아가신 후에서야 그 생각이 들었을까... 엄마도 여인네이셨단 생각을 단 한 번도 못했었다니... 뜨거운 눈물을 쏟고 돌아오는 길... 전생에 엄마와 난 혹시 모녀지간이 아니었을까... 엄마가 내 딸이어서 속을 많이 썩인 딸... 그래서 내게 그걸 다 갚으려 하셨던 건 아닐까... 차라리 그러셨다면 덜 미안하련만... 이젠 아무리 내가 잘 해 드리려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엄마...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던 거 모두 이해하시는거지??? 엄마니깐... 모두 그냥 용서해주시는거지??? 난...엄마처럼은 못 살 거같아. 자신을 모두 희생하면서까지 자식을 위해 헌신할 자신 없어... 엄마가 내게 주신 사랑의 절반만이라도 애들에게 주도록 노력할께... 엄마 걱정하시지 않도록 열심히 잘 살께... 혼잣말로 엄마와 얘길 나누고 허전한 가슴 안고 내려 오는 등줄기 뒤로 엄마의 대답 대신 가을바람만 스쳐 지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