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초라한 집에서 흘러 나오는 폭언과 괴성소리는
어느 한 날도 잠잠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리만큼 들어야 하는 소리가
들려야 했는지도 모른다.
늦은밤이 되어서도 귀가하지 않은 아버지, 어디에라도
누워 있을까 염려되어 찾아봐도 보이지 않아 뜬눈으로
아버지의 자전거 소리를 기다려야 했던 일들이 그 땐
그것이 삶이 일부분인 것처럼 당연한줄로만 알았다.
'따르르릉.......따르르릉.........'작은 마을에 모두가
잠들었을 늦은밤, 눈치없이 자전거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낯익은 괴성소리와 온갖 욕설은
분명 아버지였다. 그 때까지 뜬눈으로 기다렸던 순간이
오히려 후회가 되었다. '그냥 잠들어 버렸을 것을, 그럼
꿈속에서 헤매느라 그 괴성소리를 듣지 않을텐데..'
깊은 한숨소리를 뒤로한 체 여닫이 나무문을 열고 나가시
는 엄마의 뒷모습은 그 어느때보다도 초라해 보였다.
악몽의 날들이 언제나 사라질 수 있을지 누구도
알진 못했다. 어린마음에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것이 그저 생활인줄로만 착각하며 살았을뿐이다.나중
에서야 그 착각이 얼마나 슬픈과거였음을 돌아보게 된다.
붙잡을 이유도 없었던 시간은 늘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