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0살의 따끈한 새댁입니다.
요즘 미혼남 미혼녀들이 결혼을 미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을
미루는 이유중의 하나가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분들에게 저의 이야기가 어떻게 들릴지 궁금하네요.
전 남편이랑 2년 연애끝에 결혼했고 연애할때도 큰 싸움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혼후 다른사람들은 신혼때 많이들 싸운다고 하는데 결혼후에 연애때 보다 더 닭살
스럽게 싸움이 뭔지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저는 결혼할 남자에 대한 이상향을 항상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부합되면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내가 결혼할 남자의 조건은 딱 3가지 입니다. 남들은 웃을지 모르지만 사실 내 남편과
연애해서 결혼을 해 살아봐도 그렇고 내가 선택한 조건의 남자면 별 무리가 없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남자가 저와 결혼할 조건의 남자냐구요?
1. 성실
2. 진실
3. 지혜로움
제가 결혼할 남자의 조건에는 외모나 학벌이나 경제적 능력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조
건의 남자를 찾는다고 하면 대한민국 남자들이 스스로 모두 자기가 아니냐고 하지만
이 3가지 조건을 갖춘 남자를 찾는데 무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남자가 성실한 반면에 솔직하지 못하고 허풍스런 남자들이 많고, 학벌은 좋은데 즉 지식은
많을지 모르나 지혜롭지 못한 남자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명문대 마마보이가 이런축의
남자겠지요.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남자가 노가다를 해도 좋은데 여자한테 잘 보일려고 자기를 과장해서
미화시킨다던지 아니면 없는 자기 주변의 배경을 이야기 하는 남자는 싫습니다.
사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는 타입니다. 그래야 결혼을 해도 최소한 한이불 덥고
자는 남자한테 속는다는 기분은 들지 않겠지요.
이 3가지의 조건을 갖춘 남자는 그리 흔치가 않더라구요. 성실하지 못하거나 진실하지 못하
거나 지혜롭지 못하거나 어느 한가지가 빠져도 빠져있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이런 조건의 남자를 찾지만 찾는다고 찾아지는 건 아니더라구요. 우연한
기회에 만난 남자가 뜻하지 않게 찾아오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만약 내가 그때 그 남자의
진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 ..... 이 남자를 놓쳤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구요.
그럼, 저의 연애스토리와 결혼까지의 과정을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28살이 되도록 저의 이상향 (3조건)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거의 포기하는 심정으로
'뭐 없으면 혼자 살지 뭐' 하는 심정이었지요. 저도 로맨티스트라서 사랑없는 결혼은
싫었어요.
어느날 심심함과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인터넷 채팅방을 찾았습니다. 채팅을 한 남성의 10명
중 9명은 이름과 함께 전화 번호를 갈켜 주더라구요.
그렇다고 여자가 이 무서운 세상에 남자에게 전화 할 일을 없습니다. 위험한 짓이지요.
하지만 남자들의 전화번호와 이름은 빼곡히 적어두었지요.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하면
28살의 무모한 도전심이 부른 호기였나 봅니다.
세상에 뭐든지 메모해두면 쓸모가 있다고 하루는 엄마가 서울에 있는 오빠에게 보약을
갖다주라지 뭡니까? 전 대구에서 엄마의 심부름으로 오빠 보약이며 여러가지 몸에 좋은
보신약들을 바리 바리 싸가지고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추운 겨울날 기차를 타고 상경했는데 그것도 입석으로요. 힘들고 지쳐서 도저히 서울역에서
내려 오빠네 집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더라구요.
그때 문득 머리를 스친것이 채팅방 남자들의 전화 번호였습니다. 그날은 12월 마지막 토요일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되지않더라구요. 그 많던 남자들이 정작 내가 필요할때 통화가
되지 않다니 참 인연도 없구만.... 이러구 마지막 10번째 채팅남인 지금의 우리 남편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화 통화가 이루어 졌습니다.
남편이 저의 전화를 받고 당황한 기색이 역역하더군요. 한편으로는 목소리가 기분이 좋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남편은 그 당시 서울의 한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토요일이 격주 휴무제
인데 그날이 오전 근무하는 날이라 근무 중이고 오후에 시간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어차피 제가 서울에 도착하면 오후2시경이니 잘되었다며 제가 좀 서울역으로 나올수 없냐고
했지요.
그리고 제가 솔직하게 말했지요. 사실 제가 오빠 보약을 가지고 상경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누군가 좀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구요.
남편은 저의 이런 얘기에 황당해 했다고 나중에 저에게 말하더라구요. 저도 참 뻔순이지요.
뭐 사실 제 진심은 이렇습니다. 제 짐을 들어줄 남자가 내가 찾는 남자면 그걸 인연으로
어떻게 해볼 생각이었고 영 내가 찾는 남자가 아니면 짐들어줘서 고맙다며 박카스나 하나
사주면 될 일이고 그렇죠 뭐.^^
그래도 그날은 서울에 눈도 내리고 기분이 좀 묘했어요. 그리고 미지의 남자를 기다리는
설레임이 있더라구요.
서울역에 도착해서 남편과 만나기로 한 시계탑으로 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곳에
전화 통화했던 그 남자는 보이지 않는 겁니다.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데 웬 남자가 제 어깨를 툭 치는 거에요. 저는 설마 하며 남편을
쳐다봤는데...... 헉 ㅡㅡ;; 전 그만 고개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전 속으로 외쳤습니다.
'박복한 년. 지지리 복도 없는 년. 내복에 무슨 ... 에고'
사실 전 결혼할 조건의 남자에 외모는 보지 않는다고 했고 내 소신에 자신감 있었는데..
내 남편을 보는 순간 ... 내가 정말 이중인격이었구나.. 나도 외모를 보긴 보는 구나
그랬더랬습니다.
남편에게는 별 내색은 하지 않고 전 남편 얼굴도 쳐다도 보지 않고 그날 고개를 땅에 처박고
오빠네 집으로 함께 향했습니다.
사람들이 남편이 어떻게 생겼길래 그러냐고 하실겁니다.
남편이 저보다 2살 많은 남잔데 30살의 남자 얼굴에 무슨 왕여드름에 뿔테 안경에....
저보다 약간 큰 키... 여자들이 정말 이 남자 외모만 보고 결혼하라면 할 여자 아무도
없습니다.
정말 여드름이 얼마나 심하냐 하면 얼굴쳐다보면 밥이 안 넘어 갈 정도 입니다. 손가락 마디
만한 왕여드름이 손만 대면 툭 터져서 밥에 두두둑 떨어질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서울역 시계탑에서 그렇게 찾아도 눈에도 안보이는 그 작은 키....제가 왜
주위를 두리번 거렸는지 아시겠죠ㅡㅡ;;
그런데 더 기가 막힌건 나중에 남편에게 물어보잖아요. 나의 첫 인상이 어떠했냐고...
물어보니... 남편 왈 [ 내 살다 살다 그런 촌닭은 처음 봤다고 하더라구요. 요즘은
잘 입지도 않는 낡은 세무 잠바에 청바지 그리고 질근 묶은 머리 화장기 전혀 없는 얼굴]
그게 저의 첫인상이라고 하더라구요.
순간 저도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구요. 전 키도 보통키 이상은 되고 인물도 어디
내 놓아도 빠지지 않는데...
사실 그날은 저도 남자만나러 서울간게 아니기에 편안한 옷차림으로 간거였습니다.
좌우지간 서로에 대한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오빠에게 전달할 물건을 무사히 전
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남편이 맘에 든게 참 무거운 남의 짐 들어주면서 짜증날만도 한데 자상하게 서울지리를
설명해주면서 도와주는 겁니다.
남편의 자상함과 매너가 무척 맘에 들더라구요. 그리고 저도 좀 서서히 맘이 열리고...
남편이 저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점도 없고 너무 솔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남편이 저의 전화번호를 물어 왔고... 그렇게 저의 연애는 시작되었습니다.
첫 인상과 달리 너무 맘에 들더라구요. 나중에는 그 왕 여드름까지 예뻐보였습니다.
그리고 2년간 연애를 하게되었구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격는 문제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답니다.
남편이 가진 돈도 별로 없고 결혼할 집을 장만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결혼을
간소하게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디 양가 부모님이 그렇습니까? 저희 친정에선 남편의 첫 외모에 무조건 반대했습
니다. 결국 저와 남편이 강력하게 결혼을 하겠다고 나서서 결혼날까지 잡게되었습니다.
지금 사는 집은 단독 주택의 전세에 살고 있습니다. 남편의 자취물건은 버리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혼수품으로 장농하나 장만한게 다입니다. 나머지는 제가 결혼 지참금으로 가지고 왔지요.
시어머님이 그러더라구요. 제대로 된 살림살이 하나 없이 산다구요. 즉 혼수가 적다는
말이지요.
사실 전세집이 거의 단칸방이다 보니 혼수한다고 해도 놓을 자리도 없습니다.
시어머니의 섭섭한 말도 뭐 그리 개의치 않습니다. 앞으로 잘 살면 되니까요.
결혼비용으로 200만원 조금 넘는 비용을 들여 결혼을 했습니다. 예식장과 잔치음식은
부모님의 부조금으로 해결이 되니까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미혼녀들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하겠지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요. 조건이 좋은 남자만나 맘 불편하게 사는것 보다 맘편하고
가정적인 남자가 최고란 얘기지요.
제 친구중에는 좋은 조건의 남자와 결혼했지만 평생 노예처럼 사는 친구도 있습니다.
전 작은 저의 보금자리에서 여왕처럼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저의 뜻을 존중하고 성실한 남자이기에 알뜰 살뜰 잘살고 있답니다.
아마 2-3년 안에는 집도 장만하지 않을까 합니다.
내년에는 예쁜 애기도 태어날것 같습니다.
가정적인 성실한 남편, 언제나 진실하며 아내의 결점도 지혜롭게 극복하는 남편..
세상에 이보다 더 멋진 남자가 또 있을까요?
저는 결혼을 참 잘했다고 좌부합니다. 세상의 미혼녀 여러분 이런저런 외적인 조건의
남자가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아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