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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야기]로미오와 줄리엣..그 안타깝게 짧은 사랑


BY 리자 2004-09-05

초록빛 햇살이 잔디위에 펼쳐지던 어느 봄날..
그 때의 전 조금으 새침하고 조금은 멋도 아는
새내기 여대생이었습니다.
재미삼아 나갔던 미팅에서 두살 위인 신랑을 만났고,
그렇게 낭만이 있던 시절 새내기의 첫사랑은 시작되었죠.
계절이 여러번 바뀌고 아기자기한 추억들이
쌓여가는동안 어느 덧 남편의 입대라는 장벽이
다가와 버렸습니다.
인텔리였던 신랑은 카투사에서 복무를 하게 되었죠.
신랑이 군에 있는 동안 우리는 수백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고,수백번의 눈물을 흘려야했습니다.
그렇게 어쩌면 고통의 날이었던 시간이 흐른 후
그동안 절실했던 그리움에 우리는 서둘러 결혼을 약속했죠.
하지만 양가 부모님들은 아직 어린 우리의 결혼을
완강히 반대하셨습니다.
전문대를 졸업해 사회초년생이었던 저와 군복무를
다하느라 졸업도 하지 못했던 그...
아직 어른들의 눈에는 철부지 풋사랑으로만 보였겠지요.
설상가상으로 심각한 종교차이에다
남편의 집은 교육자 집안 저희집은 사업가 집안이라
서로가 서로를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허나 사랑이란 장애가 있으면 더욱더 강해지는 법...
결국 우리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해야 했습니다.
양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조그만 방을 하나 얻고
우리의 보금자리를 꾸려 나가기 시작햇습니다.
가난했지만 찰라찰라가 더없이 행복한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전 몸의 이상을 느끼게 되었죠.
아직 어린 우리였지만 그 일은 불안감만이 아닌
희열로 다가왔습니다.또한 더 이상의 가난은 훗날의
추억거리가 아닌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죠.
남편은 현지인 못지않은 영어실력이 있었지만
졸업을 하지 못했기에 비지니스맨이 아닌
외항선을 택했습니다.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 두렵긴 했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그 정도는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남편이 첫배를 타던 날 제 눈에 그리고 가슴에 흘렀던
눈물은 아마 평생을 두고도 다시 못 느껴볼만큼
뜨거웠을겁니다.
그 후로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남편은 입국과 출국을 수없이 반복했고
우리의 귀여운 딸아이가 네 살이 되던해
부모님들도 커가는 아이를 보며 마음을 열어 주셨죠.
얼마 후 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면사포를 쓸 수 있었습니다.
이튿 날은 때 늦은 신혼여행도 떠날 수 있었구요.
신혼여행 때 딸아이는 부모님이 맡아 주셨지만
아들놈은 제 뱃속에 웅크리고 앉아
제주도까지 따라왔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추억거리들이지만
그 때 우리는 왜 그리 힘겨웠던지...
허나 제게는 지금의 행복을 위해 참아내야 했던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한 기억이랍니다.
내가 여자임을 느끼게 해 준 남편...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기게 해 준 남편...
그리 일찍 가야했기에 그 큰 사랑을 한꺼번에
풀어놓아야 했던걸까요?
천천히 조금씩 사랑해 주었어도 보채지 않았을텐데..
생활을 위해 신랑이 택했던 외항선은 신랑이 바다를
좋아하게 만들었고 결국 딸아이가 열일곱 되던해
신랑은 실종이라는 실가닥같은 희망만 남긴 채
제 곁을 떠났습니다.
이제 그 아이가 커 시집갈 때가 되었고 신혼여행까지
같이 갔던 둘째 아이는 3개월후면 입대를 합니다.
남편이 이렇게 이쁘게 커 준 아이들 모습보면 얼마나
좋아할까요...
제게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그...
이런날엔 유난히도 눈물나게 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