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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시절(6)


BY momojaang 2004-09-05

 

나의 쭈리가 살려준 나의 기는 초등학교 시절을 다시

씩씩하게 지낼수 있는 요인이 되어 주었다.

대통령 생일에 창경원에서 열린 축제에 뽑혀 노래를

불렀던 기억도 있다.

 노래를 잘 부르지도 못했던 내가 어떻게 거기까지

올라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나의 잘못된 선택은 중학교의 선택에서 부터가

아니었을까...

나는 산수를 잘하지 못했다.

내가 선택한 중학교에서는 산수시험이 없었다.

대신 작문시험이 있었다.

외국인 수녀님이 창설한지 사년이 되는 학교.

그 당시에는 그 학교를 일부에서는 귀족학교라고도

말했다.

지금은 그냥 평범한 학교로 되고 말았지만 그당시에는

그렇게 통하고 있었다.

 

그곳은 나의 작은 허영심을 충족 시켜주기도 했다.

작문시험의 제목은 '백합을 심는 마음'이었다.

나는 백합이 무슨 꽃인지 몰랐다.

수녀님들이 낸 제목이니 순결한 꽃이겠지...

백합의 순결하고 고귀함에 대해서 칭송하는 글을 썼다.

참 웃기는 아이였다.

눈치가 백단은 되었던 것 같다.

백합을 몰랐던 내가 교장 수녀님한테 불려가 칭찬을 들었다.

'너는 우리도 알지 못하는 느낌을 백합을 보면서 느끼더구나.'

속으로 많이 웃었다.

집에 와서는 엄마랑 아예 깔깔대고 웃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서 영세를 받았다.

교리공부를 했다.

사람은 무엇을 위하여 세상에 태어났느뇨.

사람은 천주를 알아 공경하고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났느니라...

학교에는 신부님이 교리시간에 오셨다.

내 영혼은 어떻게 구하는거냐고 엉뚱한 질문을 하는 나를

신부님은 황당해 하셨다.

 

학원이라는 잡지사에서 글짓기 공모를 했다.

무엇을 썼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일기체로 썼었던 것밖에는...

학원에 내 글이 실렸다.

그 일이 학교에서는 나를 문제아로 지목하는 일이 되고 말았다.

 

일주일동안의 행동을 지목하는 월요일마다의 강당에서의

집회에서 나는 수녀님에게 최악의 '라'표를 받았다.

나의 좌절된 사춘기는 그렇게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다.

'까마귀 같애.'

집에 오면 엄마에게 수녀님들에 대해서 그렇게 불평을 했다.

 

학교의 행사가 있는 날에는 시낭송을 하라고 했다.

나는 그런 날마다 강당에서 나의 시를 낭송했다.

원장 수녀님 축일에 축하시...

종교행사가 많은 학교였다.

성탄절에도 시를 썼다.

부활절 축일에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시도 썼다.

신앙심도 깊지못한 내가 학교에서는 신앙인인척 하면서...

그때 나는 위선을 배웠던걸까...

아니면 복종을 배웠던걸까...

아니면 현실에서 살아 남기 위한 교활함을 배웠던걸까...

 

나의 예기치 못한 사춘기는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자기 옷이 아닌 남의 옷을 입고 있는 느낌...

그때도 그랬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이 옷은 내것이 아니다.

나는 이제 이 옷을 도저히 더는 못입겠구나...

살이 찐 탓인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