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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쌩쇼 관람-바로셀로나행 기차에서


BY Dream 2004-09-03

요 몇일전부터 남편 사무실겸 매장에 나가고 있습니다.
인건비를 좀 아껴볼까하는 심산에
애들학교보내고 설겆이 청소 빨래를 마치고는
지하철역으로 갑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쭈욱 내려가거나 올라가면서
런던 파리 부뤼셀이며 프라하를 떠올려봅니다.

 

반짝반짝 호기심이 가득찬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때
그때

무심한 얼굴로 스쳐지나가던
런더너나 빠리지엥들.

대뇌의 명령없이 두다리 저혼자서도
알아서 거침없이 길을 찾아가는듯 휘휘 걸어가던 그사람들.
푸줏간에 고기를 썰어팔러
우아한 드레스를 디자인하러
식탁위에 꽂아놀 꽃을 사러
고궁에서 티켓을 팔러
빵을 구으러
구두를 만들러
식당에서 접시를 나르러
그렇게 세상에서 자신의 삶을 조용조용 꾸려가고 있던 그사람들.

저도
아무렇지도 않은, 아무생각도 없는 표정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겨가며 서울에서 삶을 살아갑니다.

이것저것 생각하면 뱃속이 부글거리지만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그많은 사람들중
서리처럼 시리거나 붉게 단 쇠처럼 뜨겁거운 이야기
달거나 시고 떫은 이야기,더러 소태처럼 쓴 이야기, 그거 한자락씩
뱃속에 담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있겠느냐,고
 
마음이 밝아질 빛을 스스로 만들어가며

니스발 바로셀로나 기차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기차에 전기불이 들어오지 않자 아이들은
때는 이때다, 그 상황을 이용해 귀신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어른들은 거세게 컴플레인을 하고
당황한 승무원은 경찰을 부르겠다며 엄포를 놓고
치사하고 겁많은 이 아줌마는 프랑스 경찰에게 잡혀갈까봐 은근히 걱정을 했으나
경찰은 커녕 차표검사 할 승무원까지 발걸음조차 않았습니다.

아침이 밝아 오자
사방으로 부수수 메마른산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여름산이라는게 푸른나무도 별로 없이
흙밥도 빈약한 골산이 붉으죽죽하게 보이면서
도착한곳은 프랑스 국경역 세베르였습니다.

 

이른 새벽 세베르에서 내려
담요를 뒤집어쓰고 바로셀로나로 가는 기차를 기다렸습니다.
한시간쯤 후 베낭에 기대 졸던 애들을 깨워 기차를 타고
빈자리를 잡는다는것이
바로 무릎을 맞대고 마주보는 자리에
젊은남녀가 비디오쌩쇼를 벌리는 곳이었습니다.
남편과 둘째가 앉은 맞은편
첫째와 막내 엄마가 앉은 바로 코앞에서
그 젊은, 젊다기보다 어린남녀는
서로 끌어안고 죽자고 뽀뽀를 해대고  비벼대고.....
세시간 가까이나 되는 시간을 피곤한 몸으로 서  있을 수도 없고...
남편은 눈을 감고 졸고있고
둘째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담요를 머리끝까지 올려 쓰고 있고
막내는 자고
첫째딸과 저는

구경했습니다.
제가 어디가서 그런꼴을 보겠습니까?
돈주고도 못보는 비디오쌩쑈...ㅎㅎㅎ
딸애와 관람소감까지 주고받으며.

 

"엄마, 질기다. 잉. 히히"

"그러게 말이다."

"미쳤어. 미쳤어. 나이도 어려보이는구만."

"근데, 저 남자애 다리 저리겠다.
 저렇게 큰여자애를 무릎위에 앉혀 놓고..."

"큭큭 내비둬.. 엄마 저쪽팀 보다 이쪽애들이 얼굴은 더 낳다."

 

스페인으로 가는 기차안...
험악하고 불량스럽게 생긴 남자들도 많았습니다.
선반위에 올려 놓은 가방도 웬지 여사로 보이지 않고
모두다 작업연장(강도용)으로 보여지고
두세명씩 엉거주춤 모여서서
큰소리로 떠들거나 몸둥이와 사지 눈동자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흔들 거리는 모습에
긴장감이 생겨 뒤로멘 중요물품가방을 앞으로 돌려메고
버클도 꽉 채운채 쇼관람을 했습니다.

 

건축가 가우디와 화가 피카소의 도시 바로셀로나에 도착하니
뜨거운 햇빛이 중천이었습니다.
숙소로 들어가
라면스프를 넣어 얼큰한 수제비 한그릇씩 끓여먹고
빨래를 깨끗이 빨아널고
시원하게 샤워를 한후 씨에스타가 끝나는 시간까지
늘어지게 낮잠을 잤습니다.
저희가족 다섯명 모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