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내내
회사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이번 여름은 휴가는 엄두도 못내고 일에 파묻혀 있던
남편이 며칠 시간을 낼 수 있다며
여주에 계신 친정부모님도 뵙고
한달전에 경상도에서 친정집있는 여주로 이사를 온
남동생네 가족도 만나 볼 겸 여주에 다녀 오자길래
지난 토요일 갑작스럽게 여주를 다녀 왔다.
그동안 치료니 뭐니 하며
사실 피곤 하기도 했었고
한달 후면 추석이 돌아 오기도 해서
추석 때나 한번 들를까 했었는데
여니아빠랑 여니가 하도 가자고 하길래
내심 맘으론 고마우면서도
괜히 못이기는 척 하며 따라나섰다.
며칠전 남편 가을점퍼를 고르며
세일하길래 아버지 생각에 추석 때 드릴려고
한벌 골라 놓았던 점퍼를 챙기고
유난히 복숭아를 좋아 하시는
아버지 생각에 알 굵은 놈으로 뽀오얀 복숭아도
한박스 사고 용돈으로 드릴 돈도 찾아 나서니
예정보다 늦게 출발을 하게 되었다.
마침 남동생내외도 출발한다며
서키랑 서윤이 올케도 함께
친정으로 온다 하여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기로 하였다.
여니는 서키네 가족들이 온다하니
벌써부터 만날 생각에 좋아라 하며
깡총깡총 뛰기까지 하며 얼굴이 상기 되어있다.
자주 만나야 일년에 고작 몇번이지만
이렇게 반가워 하는 걸 보면
이래서 핏줄인가 싶다.
지금껏 주로 배추농사를 지으시느라
돈도 별로 안 되면서 손이 많이 가
고생 고생 하시다가
올해 부턴 부추로 바꾸시고 나서
전보다는 힘이 덜 든다고 하시며
당신 걱정 말고 내 몸이나 신경쓰라는
엄마의 전화도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괜히 엄마 고생하는거 내가 어떻게 해 주지도 못하는
현실이 너무 싫어
괜하게 퉁면스레 대하곤 했었는데....
그 뜨거운 태양 아래
뙤앗볕 아래서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도
많았을진데...
행여 자식들 걱정할까봐
" 작업 할 땐 에어컨 틀어 놓고 해서 오히려 너무 추우니까 걱정마라~~"
하시며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걸던 엄마 목소리가
귓가에 떠 올라 잠시 마음 한 곳이 짜안했다.
점심 때 즈음
여주 친정집에 도착하니
바쁜 아버지도 잠시 일손을 놓고
우리를 기다리시다
훌쩍 커 버린 여니를 번쩍 안아 올리신다.
언제 와도
항상 변함없이 푸근한 부모님 모습에서
언제나 큰 어른일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내가 큰 수술을 하고 나서인지
부모님 모습도 전 같아 보이지 않고
머리에 흰머리는 더 많아 보이고
그새 더 늙으신거 같은게
자꾸만 맘 한구석이 아프다.
오랜만에 엄마가 끓여 준 된장찌게랑 나물이랑 해서
밥 두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니
남동생네 가족들이 도착했다.
조금 있으면 첫돌이 다가오는
서윤이는 그새 더 커서 더 똘망똘망 해 졌고
서키는 진짜 여시가 다 되어서
보통 야무진게 아니다.
이번에 처음 집을 장만하게 되어
신이 나 있는 남동생이 내년이면 입주 하게 될
모델하우스에 가보자 하여 다녀 오니
엄마는 그새 쑥송편이랑 쑥개떡을 쪄 놓으셨다.
내가 유난히 쑥송편을 좋아하는 걸 아시곤
자식들 하나라도 더 먹이시려고
더운 날씨에도 찜통에 떡을 일일이 쪄 놓으신거다.
식사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
별 생각이 없었지만
엄마의 정성으로 꾸역 꾸역 몇개를 집어 먹으니
엄마는 옆에서 우리 먹는 모습만 봐도 좋은지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내가 내 자식 잘 먹는 모습만 봐도
흐뭇하더니 역시
엄마한텐 자식은 어리나 늙으나
항상 아련한 존재인가보다.
얼추 해가 늬엇늬엇 지자
엄마는 우리에게 주실 야채를
따러 밭으로 가신다하여
우리 모두 엄마를 따라 밭으로 나섰다.
우리들 주려고 당신들도 드시지 않고
놔 둔 꽈리고추가 생각보다 적게 달렸다며
고추를 따는 내내 안타까워 하시던 엄마
추석때 오면 많이 달려 있을거라며
연신 아쉬워 하시던 엄마
된장찌게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며
부추도 한바구니를 베시고
우리 오면 주신다며 삶아 놓은 깻잎과
일일이 다 까서 담아 놓으신 강낭콩
미리 따 놓으신 호박까지 ...
하나라도 더 못 챙겨 줘서 안달이 난것 마냥
" 감자도 가져가라...감자 다 먹었지?"
" 아직 많이 남았어 ...지난번에 한가마나 갖다 줬잖아."
" 그게 아직도 남았냐?...쪄서 여니랑 애비도 주고 그러지.."
하시며 지난 봄 사고로
아직도 불편한 다리로 절뚝거리며
더 줄 것 없나
이리 저리 다니니시는 모습이
당신 좋아서 그러시니 말릴 수도 없어 보고만 있다가
그만 담으라며
다 못 먹는 다고 해도
엄마는 그 말도 서운한지
줘도 싫다고 한다며 오히려 서운 해 하시기까지 한다.
정말 끝도 없이 주고 싶은게
부모의 심정임을
나도 자식을 낳고 키워 보니 알겠지만
내가 엄마 만큼 나이를 먹어도 그럴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가족들 둘러 앉아 평상에서
소박한 저녁을 먹고
사위와 아들을 앉혀 놓고
아버지는 오랜만에 목소리가 한껏 올라가 있다.
오손도손 보기 좋은 모습...
그래 맞아...
저 모습이 바로 아버지의 모습이었지.
항상
큰 소리 치시던 아버지가
어려서는 밉기도 했었는데
장성해서 보니
그 옛날 호기 부리시며 큰소리 떵떵치시던
호랑이 같던 어버지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지금은 꼭 이빨빠진 호랑이 모습이 된것 같아
오히려 그 옛날 아버지 모습이 그립기까지 하다.
보고 있어도
그리운게 부모일까...
가끔씩 쌩뚱맞은 말로
내 마음을 아프게도 하지만
돌아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리 곤
항상 따뜻했던 모습만이 기억되는 건
아마도 가족이라서 그런건 아닐런지.....
나의 소중한 가족
지금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오래도록
함께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