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찾아 올 무렵 주말 농장에 갔다
가을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들판은
가슴에 사랑을 안은듯 설레였다
작은 텃밭을 일구며 행복해 하는 사람들의
웃는 모습들이 들판에 번져온다
엊그제 심어 놓은 배추는 이제 뿌리를 내려
파릇하게 자라고 있었다
며칠전에 와서 물을 줄때는 옆밭에 배추가
나를 바라보며 왜 나는 물을 안 주나요
하는것 같아 가까이 있는 두개의 밭에
물을 주었다
오늘은 그 밭에 임자가 고무 호스를 가지고
와서 물을 뿌리고 있었다
아저씨 요전에 제가 물 주었는데요?
아저씨는 껄껄 웃으시며
그럼 오늘은 제가 물을 줄께요 한다
우리들은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웃었다
다섯평의 물은 십여분만에 다 주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뚝방에 내려달라고 하고 혼자 걸었다
들판을..
한참을 걷고 있는 길 옆에 호박넝쿨이 가득하다
그 밭에 누군가 물을 주고 있었다
아니 . 우리 앞동에 사는 엄마다
호박 하나 드릴께요 하며 야들야들한 호박을
하나 따서 내 손에 주었다
얼굴만 알고 눈인사만 하는 사람인데
선뜻 호박을 건네주니 고마웠다
그런데 지난 초겨울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초겨울 바람이 싸늘하던 어느날
무심코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앞동에 일층에서 늦은 김장을 절여 씻고 있었다
얼마나 추울까 하구..
얼른 커피 석잔을 타서 쟁반에 담고
호일로 뚜껑을 만들어 가지고 갔다
얼굴만 겨우 아는 내가 커피를 들고 가서
커피 배달왔는데요 했더니
안시켰는데요 한다..
나는 웃으며 앞동에 살아요
창밖엘 보다가 얼마나 추우실까 생각나서
끓여 가지고 왔어요
낯선 얼굴들도 있었지만 따뜻한 커피에
마음들이 녹는다..
아마도 그엄마는 그때일이 생각났나보다
곱게 키운 호박을 선뜻 내미는 그 손길에서
따뜻한 이웃 정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런데 나는 운동을 해야겠기에
먼저 가지고 가면 이따가 들릴께요 했다
두바퀴 뚝방을 뛰고 집에 들어 가다
다시 내려와 그집에 갔다
똑똑똑 .. 호박 가지러 왔어요
쑥스러워 그냥 갈려고 했는데
지금 이 호박을 가지고 가야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소재가 생기거든요 하니
웃는다.
우리는 따뜻한 마음으로 호박사랑을 나눈다..
작은 나눔의 기쁨은 두배가 된다 .. 우리들 마음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