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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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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자와 하지 않은 여자 연극구경을 다녀와서


BY 김효숙 2004-08-31

마지막 여름이 물러가던 어느늦은 여름

친구가 연극 구경을 가자고 한다

모처럼의 외출은 주부의 활력이 되기 때문에 흔쾌히 약속장소로 나갔다

대학로는 젊음의 거리였지만 가끔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주부들이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파랑새 극장앞에서  극장안으로 들어갔다

백여명 남짓  모두 짝짝이 앉았다

어두 컴컴한 분위기는 조금은 숨이 막힐것만 같았다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두눈을 크게 뜨고 시작되기만 기다렸다

극장안은 숨죽일듯이 고요가 흘렀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결혼한 친구집에 노크를 하고

거실에 들어와 쇼파에 앉으며 

아이구. 힘들다 힘들어.. 그는 어느새 배가 남산만해진

친구의  배부른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속으로( 결혼 아! 얼마나 행복한가.. 저 임신  나도 하고 싶단 말이야)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때 결혼한 친구는 부엌에서 예쁜 드레스를 입고 천사처럼 어여쁜 모습으로

미스인 친구를 바라보며 부러워 한다

아니! 난 뭐란 말인가

나는 날마다. 여보! 신문. 여보! 물, 여보 담배.. 아니 7년이란 세월속에 나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하며 앞으로 나오는 순간

나도 그와 함께 아니! 나는 어디로 갔단말인가

언덕위에 하얀집 짓고 산다던 나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순간 나도 그녀와 함께 두눈에 눈물이 흘렀다

그 순간 극장안에 불이 정전이 되어 깜깜해졌다

연극은 중단이 되고 극단 대표는 쥬스 세병 가지고 나오더니

여러분 제가 노래 한번 할테니까 누구 나와서 노래하면 이 쥬스를 드리지요

그랬더니 어떤 아줌마가.. 아니 누가 요새 쥬스를 못먹어서 노래해요?

연극티켓이나 주면 모르지만요 하는거다..

대표는 아참 ! 그렇군요 네에.. 다음 프로 연극티켓을 드리지요 하며

노래가 끝난 다음 뒤에가서 가지고 나오더니 이거.. 구만육천원입니다

누구 노래할 분 안계십니까 ? 하는 찬라에 저요 ? 하며 뛰어나갔다

무슨 노래를 하시겠습니까?

순간 머리에 스치는 생각... 저 할말이 있는데요?

네에.. 하시죠!

제가 미스때 빌딩 9층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나가려다 아랫층엘 내려다 보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코스모스백화점부터 명동 성당에 이르기까지

점심을 먹으러 나온거에요

순간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만약 내가 여기서  뛰어 내린다면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여자 이거 시련당했나 ? 하겠지만

나를 아는 사람은..아니 효숙아 네가 여기 왠일이냐 하면서

얼른 안아다 병원에 데리고 가겠지요

그 순간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앞으로 만나는 모든 사람은 나에게 귀한 사람이다

그래서 잘 해주어야지 했지요

오늘 저는 결혼한 여자와 결혼하지 않은 여자 연극 관람을 오신 여러분을

만나뵙게 되어 저는 "  만 남 " 을  부르겠습니다 하고 만남을 불렀지요

다 부른 다음 상품중 두장은 오늘 상품을 티켓으로 주라고 한 그 여자분께 드렸지요

그랬더니 그 마음이 이쁜지 모두 앵콜이 터져 나왔어요

 

대표는 앵콜이 들어 왔는데요

순간 문득 또 머리를 스치는 말이 있었어요

저어... 또 할말이 있는데요

 

어느날 옆집에 놀러갔어요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오는데 신발장위에 이런글이 있었어요

 

어느날 나는 문득 누군가 만나고 싶다

그사람이 여자여도 좋고 남자여도 좋다

나보다 많이 배워도 좋고 못 배워도 좋다

나 보다 잘생겨도 좋고 못생겨도 좋다

다만 김치냄새나는 옷을 입고 달려가 내속에 있는 말을 다해도

그 말이 새어나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그런 친구

그런친구가 오늘 결혼한 여자와 결혼하지 아니한 여자 연극구경을 오신

여러분의 이웃 여러분의 친구. 여러분의 연인 모두가

영원한 동행자였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동행을 불렀습니다..

 

아직도 내게 슬픔이 우두커니 남아 있어요

그날을 생각하자니 어느새 흐려진 안개..

긴밤을 오가는 날은 어디로 가야만 하나

어둠에 갈길 모르고 외로워  헤매는 모양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누가 나와 같이 함께..... 하는데

 

 

불이 쨘하고 들어와 연극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한시간 내내 연극은 눈에 들어 오지도 않고

옛날부터 꿈꾸어 오던 연극인이 되는 순간을 꿈꾸었습니다

분명 끝나고  이 극단 대표는 나를 붙잡을거라는 착각을 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나오는데 그 대표는 쥬스를 덤으로 더주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신문에는 어제 대학로에 극장마다 불이 정전되어 모두

환불 소동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파랑새 극장대표는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음에도

나를 잡지 않았단 말인가...

혹시나 다음에 자리가 비어있을 이유가 된다면 나를 불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는데 ....

아침마당 텔레비젼에 찾고 싶은 사람 프로에 그처럼 조용하고 멋진 시간을

마무리해 준 김효숙이를 찾지 않고 있단 말인가 하고 혼자 통곡을 하였다

좋은 챤스를.. 그 좋은 기회를..

사람은 착각속에산다지만.. 정말 좋은 기회였는데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마음이 설레인다

주인공은 안되어도 조연이라도 기회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태어난다면 이끼를 살리고야 말리라 나 혼자 웃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