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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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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울리시나요?


BY 바늘 2004-08-24

이번주는 대학 등록금 마감이 있는 날입니다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그 종이 한장의 무게가 천근 만근 그리도 무겁게 느껴질줄이야~

 

그 천근 만근의 종이 한장을  냉장고 한귀퉁이에 붙혀두고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설거지 하면서,  쌀을 씻으며,선채로 커피 한잔을 타면서, 흘깃 옆눈으로 쳐다보고~

 

그 종이장 한장이 무엇이길래~

 

나에게 주는 그 바윗돌 같은 짓누름의 버거움을 그 힘겨움을...

 

무책임의 일관으로 한여자의 일생을 나락으로 떨구고 그나락에서 손톱끝이 피나도록

바둥거렸던 아니 어쩌면 지금도 현제 진행형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 배은 망덕한

남보다 더 못한 누군가에게로 부터 입었던 상처!

 

대학 입학금은 내가 어찌 해보았으니 이번은 어쩔거냐고 연락을 취하였다.

 

수없는 신호음이 울렸지만 분명 일부러 안받는듯 싶었다.

 

음성 메시지를 남기라는 멘트가 나오고~~

 

가슴에 아니 가슴위로 목까지 차올랐던 그 답답함 불덩이 같은 화~~

 

무어라 했는지 기억도 차근 할수 없지만 원망을 토해내었다~

 

오전에 보내었던 음성 메세지에 답은 저녁, 아니 한밤중 문자 메세지로 떠올랐는데

 

나보고 대출을 받아 해결하란다 . 그걸 답이라고 그걸 해결책이라고 보내온 것이다

 

기가 막혀왔다.

 

그런 분통 터지는 밤이 지나고 월요일 출근을 하여서도 머리속, 가슴속 화가차서

하루 종일 머리가 무거웠다.

 

밤새 울어 눈은 퉁퉁부어 올랐고 몸도 마음도 힘든 월요일을 보내고

늦은 밤 잠도 안오고 이고민 저고민에 쌓여 있다가  이메일을 열어 보았다.

 

그런데 그곳에 이곳 동해바다 친구가 퍼와서 나에게 보내온 한통의 메일을 보고 그만

멈추었던  눈물이 비처럼 퍼붓기 시작하였다

 

 

이곳에 나를 울린 그녀(황 인영 아줌마닷컴 대표)의 글을 올려 보련다 

 

황인영의 세상을 클릭한 아줌마들 - 아름다운세상 7월호

목소리가 아름다운 그녀
글/황인영(azoomma.com 대표)

 

따르릉, “안녕하세요?”
그녀는 하루에도 수백 통의 전화를 한다. 그것도 낯모르는 사람과….
그녀의 직업은 텔레마케터다. 목소리가 아름다운 그녀에게는 정말 딱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4년 전 겨울 송년회에서 만났던 그녀와의 첫 만남을 생각하면
그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때 그녀는 아름다운
투피스에 직접 만든 예쁜 코사지를 가슴에 달고 나타났었다.
그리고 내게도 언젠가 예쁜 코사지를 만들어 선물해 주겠노라 약속했었다.
 
내가 본 그녀는 억대 연봉의 남편을 둔 사모님(?)이었고, 얼굴에는 여유
있고 아름다운 미소가 가득해서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나 역시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것 같았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지금 그녀는 20대의 낭랑한 목소리를 자랑하는
젊은 텔레마케터 동료를 제치고 당당하게 ‘우수 모범 사원 표창’을
받는 커리어 우먼이 되어 있다. 그리고 그녀는 더 이상 남편의 연봉으로
희고 아름다운 식탁과 딸 아이 방문에 걸어 둘 예쁜 장식품을 사는 일은
하지 않는다.
아줌마닷컴의 사이버 작가방에서 에세이를 쓰고 있는 그녀의 작품은
그대로 그녀의 삶을 이야기해 준다. 하얀색 식탁에 하얀색 테이블보,
그리고 화려한 장식을 자랑하던 그녀의 부엌을 나는 그녀의 글을 통해 보았고,
열심히 부녀회 활동을 하는 활기찬 아줌마임을 또한 그녀의 글을 통해 보았고,
그녀의 아들이 일류대학에 입학한 것도 군대에 간 것도, 그녀의 예쁜 딸이
대학에 입학한 것도 그녀가 이혼을 한 것도 그리고 그녀가 텔레마케터가
된 것도 나는 그녀의 글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가끔 그녀가 나타나지 않으면 나는 내내 궁금하기만 했고, 어느 날 그녀가
우울한 글을 쓸 때면 송년회 때 만난 그녀의 환한 얼굴을 혼자 그리워하곤
했었다. 그리고 내심 그녀가 얼마나 힘들까? 건방지게도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을 갖기도 했었다.
 
지난 ‘아줌마의 날’ 행사장에서 난 여전히 아름답고 여유 있는 그녀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녀는 좀더 당당해졌고
힘있어 보였다. 그녀는 ‘아줌마 경제 살림 공모전’에서 경제 활동 도전기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700명이 넘는 아줌마들 앞에서 자신의 경제
활동 도전 사례를 발표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웠지만 힘이 있었고,
‘살림만 하는 주부에서 가정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식을 위해 새롭게
도전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내 가슴도 뭉클해졌다.
그녀가 말했다. 내가 그저 남편에 의지하는 사모님으로만 살았다면 지금
이렇게 상을 받는 영광의 자리에 서 볼 수도 없었을 거라고….
 
살다 보면 가정에 뜻하지 않은 위기가 닥치기도 하지만, 그럴 때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 줄 수 있는 건 바로 엄마라고. 엄마의 용기와 도전이 가족을
살리는 힘이 된다고.
그녀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긍정적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녀의 글 속에서
간혹 슬픔이, 외로움이, 분노가 묻어져 나온다 한들 그녀가 당당하고
아름답지 않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그녀는 분명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보다 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런 그녀가 너무 좋다.
2000년 아줌마닷컴이라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시작된 그녀와의 인연이
이제 5년이 다 되어 간다. 그간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눈 것은
서너 번에 불과하지만 내 가슴속에서 그녀는 오래된 친구이고 따뜻한
언니와 같다. 나는 이번에 그녀를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10년, 20년이 지나서도 서로 만날 수 있을까?”라고.
그녀는 분명히 이렇게 대답했었다.
“그럼요, 인영 씨! 50, 60 할머니가 되어서도요.” 라고.

오랜만에 내 이름을 불러 준 그녀의 목소리가 내겐 너무도 아름답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