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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꽃에 심으며


BY 루나 2004-08-23

뒷마당에 서면 꽃향기가 가득히 모여들고 있었다.  뒷집에서 담새를 비집고 넘어온 자스민의 짙은 향내일게다. 지난주간에 한루 한밤, 비가 제대로 쏟기우더니 정말 오랫만에 싫컨 물먹은  봄꽃들이 향기를 품으면서 자태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고목에 허느러지게 피어있던 자목련은 이제 연두색의 잎이 자태를 나타내고 있으며 야무지게 맺혀있던 벗꽃의 봉오리가 터지기가 바쁘게 분홍의 벗꽃들이 다투어 피고있다. 아직은 계절에 미련이 남은듯이 피어있는 겨울꽃  동백과 계절의 변화를 재일먼저 알려주는 황매 수선화 철쭉 그리고 벗꽃이 피고있다. 그외도 이름모를 수없이 많은 꽃들이 지금에 피기 시작하기도 하고.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열리던 개복숭아도 분홍으로 멋지게 꽃피우고 있다. 과일꽃은 꽃송이는 작아도 참으로 아름답다. 

 

봄이 시작하는 것과 함께 9월에는 많은 곳에서는 규모가 큰 바자회가 "스프링 페어"라는 명제로 열리기 시작한다. 사용하지 않는 많은 잡동사니가 나와 필요한 사람들에게 헐값으로 다른 주인을 만나는가 하면 내가 가장 흥미있어 하는 부분은 화초이다. 이즈음에는 부지런한 사람들의 손을 빌리어 곁가지 치는 화초들을 화분에 심어 뿌리를 내리기도 하고 여러 다른 모양으로 나온다.

 

지난 토요일에는 내가 봉사하고 있는 우리 지역 커뮤니티 센타에서 바자회가 열렸다. 해마다 커다란 홀을 빌려 엄청나게 많은 물건들을 여러 다른종류의 가게들에게서 헌물받기도 하고 주의의 교회단체들이 모여서 준비한 케잌이며, 화초며, 선물바구니들이며, 장난감등이며,  할머니들이 손수만든 뜨개질 물건들과 엄청나게 많은 책들, 오래된 레코드등이며 또 다른 나라들의 음식도 한몫하여 해마다 1만불에 넘는 금액을 벌어들이던 유익하고 재미있는 행사였는데 봉사하시던 노인분들이 손이 줄어들고 도와주는 손들이 줄어 작년으로 막을 내리고 올해로는 처음으로 센터에서 작은 규모로 바자회가 열린것이다.

 

가장 흥미있던 파트는 오래된 연장을 파는 곳이였는데 할아버지들이 자신들이 만들어 쓰던 연장, 혹은 오래 사용하던 것들을 다른 물건들 보다는 가격이 높여 팔던 것은 그만큼 그들에게 애착이 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도 손으로  재미있게 만들어진 녹슨 가위와 가든연장등을 샀다.

 

손바닥만큼이나 적은 앞 정원에 데이지가 모판처럼 모종이 많이 자라고 있다. 다음달 초에 있는 우리 교회바자회에 갖고가기 위하여 일부러 많이 씨를 뿌려 놓은것이다. 빈 화분들을 주의에서 모아 거름좋은 흙을 사서 정성들여 옮긴후 그날 오는 사람들에게 그냥 나누어 주고 싶어서이다.

 

짙은 물색의 암술 수술을 안으로 하고 우아한 하얀색을 띤 길다란 타원형의 꽃잎들이 모인 데이지는 아침 햇살에는 활짝 피고 저녁 해거름에는 오므려드는 밝은 날을 더욱 밝혀주는 기분 좋은 꽃이다. 타국에 살기에 알수없는 그리움을 가슴한곳에 감추고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이 아주 잠깐이라고 자연의 조화에 젖을수 있게 하여주고 싶다.

아침햇살에 웃음가득 머금은 활짝 핀 꽃들을 바라보며 좀더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수 있게 하여주고 싶다.

각박한 삶에 조금은 마음에 여유를 갖고 이웃을 바라볼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싶다.  

 

촘촘히 심겨우진 데이지가 화분으로 다 옮겨 가고 나면 땅밑에 숨은 몇년된 도라지가 슬금슬금 올라올 것이다. 보라색 그리고 흰색의  도라지가 꽃피울때면 심심산천은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달라지지 않는 오래전날의 산골들을 생각하며 작은 기쁨에 잠길수도 있다. 

한날 비가 제대로 온후 옆 채소밭을 서둘러 일구어 도라지와 상추와 갯잎 씨앗을 파종하였다.

난 서울살때 좋아하던 꽃들을 심고싶다. 아주 오래전에는 꽃잎이 눈송이처럼 떨어지던 물수국을 만날수 있어 심었고 다른 모양의 국화, 코스모스는 나와 큰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붉게 물드는 단풍나무를 사다 심었다. 

 

커다란 분홍 꽃송이의 함박꽃처럼 우아하지는 않아도 진보라, 연보라 분홍색들이 썩이여 피던 작약은 나의 그리움이기도 하여 지금도 화원을 지날때면 계속 눈여겨 보면서 찿고있다. 언젠가는 나의 공간에서 꽃피우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